
남들은 많이 읽었지만 난 작년에야 처음 읽어보았다.
'정의란 무엇인가?'
사실 제목만 봐도 좀 답답해 보이고 따분하다는 생각에 아예 사놓고 뒤로 젖혀두었다가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을 때쯤 읽었는데 굉장히 몰입감이 좋더라. 뭔가 '정의'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사실은 그 당연하다는 것은 내가 만든 착각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흡입력이 좋은 책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정의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마이클 샌델은 정의에 대한 내용으로 오랫동안 강의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받는 교수 중 하나이다. 그런 그가 작년에 책을 하나 더 냈다. 이번에는 공정이라는 부분인데 공정의 정의가 아니라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이다. 뭐지 내가 알고 있는 공정이 또 뭐가 잘못된 것인가?
승자의 역사
우리가 배우고 있는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 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과거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인 삼국지(나관중 저)에서 보면 정말 신화적인 말도 안 되는 내용뿐만 아니라 역사 자체가 왜곡되어 있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심지어 승자는 조조-사마의인데 아무리 읽어봐도 걔네는 악당으로 표시된다. 뭔가 유비가 통일을 해야만 하는 것 같고 제갈공명이 중국을 통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결국 그 책 자체는 뒤에 한족이 다시 통일을 하고 나서 쓴 책이고 승자 위주의 역사가 잘 스며진 책이라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도 주류 사회의 인물이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이 되어 반복적으로 '우리는 뭐든 할 수 있고 노력하면 다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이 포퓰리즘과 맞닿게 되면 오직 노력한 사람만이 성공을 하게 되고 그 성공을 한 사람은 바로 학벌도 좋고 뭐든 성공했던 자신의 역사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이게 맞는가? 승자만을 위한 역사가 현실적인 것일까?
2016년 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났는가?
내가 직접 미국 내에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오바마 대통령 때까지 이어지던 고위 관료의 '나의 뜻은 선량하다' 와 같은 식의 미국 방식이 서서히 흔들리게 된다. 과거 미국의 최전성기를 지나고 이제는 중국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시점이 되자 아메리칸드림은 생각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전까지 미국을 지탱해주던 원리인 '선량하니까 위대하다'라는 것은 당장 나 자신이 궁핍해지고 어려워짐에 따라 쉽게 버릴 수 있는 가치가 되었다. 고급 단어와 유려한 언변을 가진 사람만이 항상 이기던 미국 정치판에서 어떻게 보면 무식하고 짧은 단어로만 이루어진 트럼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단순한 단어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잘 알았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시대적으로 '이제는 선량한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만 잘 살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표현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어쩌면 미국의 정치는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미국이 어벤저스와 같은 역할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나 할까?
한국도 가지고 있는 학력만능주의
미국과 일본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한국으로서는 절대 벗어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학력만능주의이다. 일단 당장 나만하더라도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SKY대를 나온 친구라고 하면 뭔가 기대감이 생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저런 행동을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선입견인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케이스에서 이런 것을 목격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실제 능력과는 다르게 더 높이 평가되거나 더 낮게 평가되는 일이 발생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도 과거 프랑스와 같이 모든 대학을 평등하게 바꾸면 될까? 하지만 실제 지금 프랑스에서는 대학이 평등하지 않다고 한다. 위치와 선배들의 결과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는데 내 자식들이 더 좋은 환경과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아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나오는 많은 책들이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을 강조하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는 책들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부모가 잘 사는 만큼 성적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일에 대한 기준도 바뀌고 있다.
과거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개개인의 창의력이나 소프트웨어가 받쳐줘야 하는 사회가 왔다. 당장 국내에서도 가장 큰 기업보다 SW기업들의 연봉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정말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그 줄어든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의 보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회사가 돌아가는 시점이 된 것이다. 과거 노조를 결성하고 업무의 과중함을 탓하던 시점과는 다르게 업무의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시간 투자는 줄어들고 그에 비례해서 사람도 줄어든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가? 책에서는 존엄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그 존엄성 조차도 어떤 정의를 내리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GDP) 하는 것은 맞지만 어떤 식으로 더 벌 수 있을까? 분배를 통해서 더 큰 파이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인가가 현대 사회의 국가에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공정하다고 생각한 것은 생각보다 공정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같은 기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짓밟는 일이라 어떤 것이 맞는지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지금 한국의 2030세대들도 공정함에 목숨을 걸지만 사실 그 공정함은 나를 제외한 공정함을 항상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잘된 것은 공정해서 그런 것이고 내가 잘못된 것은 불공정하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에 억울해한다. 도대체 뭐가 공정하고 어떤 것이 불공정한 것인가? 우리는 이 책에서 과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와 같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통해서 내가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실제로는 공정과 거리가 멀진 않은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한다. 결론적으로 내 연봉도 공정하지 않다. 더 올려줘!
'생활 속의 독서 > 사회_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0) | 2021.04.11 |
---|---|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0) | 2021.03.28 |
트렌드 로드 - 뉴욕 임파서블 (0) | 2021.03.01 |
과학의 쓸모 (0) | 2021.02.27 |
K바이오 트렌드 2021 (0) | 2021.02.26 |
오르뎅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