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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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제가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아래 방향을 잡아주는 책들이었습니다. 제가 그러한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관심분야이기도 하기에 그렇겠지만 막상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 목숨을 걸면서 까지 노력을 하지만 이걸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 라는 것도 생각을 하지만 '그런 일은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과연 내일 죽는 것이 확정된다면 무슨 일을 할 것 같습니까?

책의 저자는 상속 변호사 입니다. 어쩌면 이 책과 가장 어울리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 주변에서 생의 마지막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법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경우에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입니다.(후훗, 전 한 번도 만나뵌 적이 없습니다. 뭐가 있어야 싸우지요..ㅋㅋ) 특히 소송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니 여러 가지 사례를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변호사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것을 보아야 하므로 본인 스스로도 '당장 내일 죽는다면 나도 저렇게 될까?' 라는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것이 정답이다라고 하는 것은 없겠지만 그것을 함축하여 이 책을 써 내려갔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많은 자산, 수 많은 친구들이 있더라도 무엇 하나가 부족하기 시작하면 쉽게 없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더 많이 얻기 위해 갈구하고 노력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반드시 중요하지 않다고 교육을 받긴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살아가기란 더욱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히 생을 마감하면서 '나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될 시기에는 누구나 지나온 날들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 때 그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는둥,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아야 했었다는 둥 말이지요.

한국에서 유언장의 의미는 재산 분할의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에게는 1/2를 둘째는 1/3 막내는 그 나머지' 라고 적어놓는 것이 유언장의 기본틀입니다. 왜 일까요? 한국인들이 돈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요? 원인은 동양적인 사상에서는 살아생전에 돈과 관련된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희안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에 서양에서의 유언장에는 어찌보면 유머와 위트가 녹여들어가 있습니다. 희안한 조건이 걸려 있는가 하면 유산을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아직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만, 유산만을 바라보고 현실을 제대로 살아가지 않는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도와주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무역센터 빌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해서 마지막 유언으로 '보고싶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나 보는 내용 같지만 그들은 그 위급하고 급박한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단순히 유산 문제가 아닌 나의 마음을 전달 합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것은 조금은 의아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나 자신이 죽음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재산을 어떤 식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조금은 매말라 보이기도 합니다^^;(후담이지만 그렇게 죽은 사람들과 같은 층에 있던 한국사람 중 뛰어내려와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한국인이 똑똑한 것이겠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왕처럼 살다가 거지처럼 죽자고. 거지처럼 모아서 마지막에서야 왕처럼 죽기보다는 평소에 왕처럼 생활을 하다가 모든 것을 나눠주고 거지가 되어 돌아가자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누울 만큼의 땅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현재에 많은 것을 가져간 사람이라도 결국 똑같은 모습을 갖게 됩니다. 그 사람이 지나간 후에 어떤 향기가 날 것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후세 사람들이 더 기억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일 죽어도 좋은 사람은 없지만 늘 대비를 한다면 좀 더 마음 편히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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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