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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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세계의 나날
광활한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될 수 있도록 ‘보수와 유지’를 짊어져야 하는 운명! ‘기계×인간’이 빚어내는 ‘고장 난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가는 엔지니어의 분투기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문학수첩의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여섯 번째 책은 반도체 분야에서 기계 설비를 관리하는 엔지니어의 특별하면서도 공감이 느껴지는 애환을 담았다. 반도체 산업의 종사자들은 여느 분야의 직장인들과 달리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국가적 기밀이 많아 출퇴근은 물론, 근무할 때도 준수해야 할 업무 수칙이 가득하고 1년 365일 하루도 생산라인이 중단되지 않는다. 가동을 멈추게 되면 다시 설비가 작동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경비가 평범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3교대, 4교대 등 업무 시간을 나누어 24시간 동안 근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설비 엔지니어로 16년 넘게 일하고 있다. 생산에 차질을 주거나 악영향을 끼칠 만한 기계적 결함을 방지ㆍ해결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하지만 365일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작동하는 기계가 일으키는 돌발상황은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 저자는 자신이 처한 이와 같은 여건을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일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다. “몸이 아프거나 사는 게 너무 팍팍하다고 마음이 건조해져도 그 원인을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다. 약을 사먹고, 그저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리며 버틸 뿐이다. (…) 아마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유지하고 보수해 주는 설비 엔지니어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102쪽) 하는 익살을 부리며 불가능할 것 같지만, 용케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를 이겨낸다. 공대 출신이지만, 기계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아 취준생 시절 한때 금융권에도 기웃거렸던 저자는 반도체 분야의 설비 엔지니어를 천직으로 여기며 말 안 듣는 기계에게 인간적인 하소연을 쏟아내 보기도 하고, 오래된 기계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새로운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 버린 옛 기계를 헤어진 동료처럼 그리워하며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저자
세미오
출판
문학수첩
출판일
2024.05.10

 

 

세계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크다.

특히 동아시아 3국과 미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 국가들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데, 이 산업의 특징은 사람도 많이 필요하지만 특히 연구가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라서 연구/개발비용을 대량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이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실제 회사에서도 이러한 분들이 진급을 빠르게 하게 되고 더 높은 평가를 받곤 한다. 삼성과 같이 기술을 중요시하는 회사들은 이렇게 연구/개발직의 사람들에게 기를 세워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는 홍보를 많이 하기도 해서 외부에 내부 사정이 조금씩 나타나긴 하지만, 국가기반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정확히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말 '찐 반도체인' 이다.

책에서 반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설명하고 있지도, 그리고 생산이 되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진다. 넓디넓은 반도체 공장 내부에서 생활을 하면서 설비와의 아무 말이 없는 싸움을 하며 한편으로는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다른 부서와의 이야기도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부 전체가 Full Auto라는 점인데, 최근 여러 제조업의 회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러한 반도체를 모티브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2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이제는 용인까지 진출한다고 한다.

아마도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상황을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를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간접 경험을 하고 가는 것이 적응하는데 더 유리하지 않을까? 저자의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 왠지 모르게 찡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같은 제조업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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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21. 1.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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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정말 매일 여기저기 발생한다.

크고 작음의 차이지 사고는 정말 많이 발생을 한다. 그런데 매번 그 보고서 말미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다.

'교육 실시 예정'

교육 하냐고? 하긴 한다. 말로... 글로 쓰거나... 정말 교육이 되는가? 그 때가 어떤 상황인지 연출이라도 해 봐야 교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결국 사고는 어디서 나는가 하면 대부분 양산 라인을 셋업하거나 양산 라인 내에서 발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양산라인에서 직접 교육을 하면 좋겠지만 워낙 넓기도 하거니와 항상 '초월생산' 이런 헛소리나 해대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매번 문제가 또 발생하고 또 발생을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알지만 할 생각은 없고 문제는 발생하면 안되고... 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

 

문제점만 복기한다고 해서 될 것은 아니다.

매 년 몇 백 명씩 설비 엔지니어가 입사를 하는데 기본 교육과 실습 교육으로 나눠진다. 기본 교육도 실습 교육도 거의 2주씩 하는 것이라 물론 이정도면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거의 한 달을 하는 것이니 한 달 월급을 주고서 교육만 시키는 것인데 이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해당 교육을 하기 위한 장비들이나 교육자재들이 너무 옛날 물품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부품 업체들도 계속 발전을 하고 있고 부품에 대해서 깊이있게 알아야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음에도 이런 부분에서는 전혀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지 않다. 사실 교육 파트에서는 매 년 열심히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해당 부품이나 설비를 가진 현업에서는 요지부동이다. 항상 핑계는 동일하다. 

'양산 증대화에 써야 해서'

근데 그 양산 증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누굴 키워야 하는지 알고 있긴 한건가?

 

교육을 하면서 답답하기 이를데가 없다.

사실 교육을 함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당사자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 그리고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일단 설비든 공정이든 단위 공정의 엔지니어들은 솔직히 대부분 '의지' 가 없는 상태에서 교육에 참여를 한다. 막상 와서 보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는 것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런 모티베이션을 좀 확실하게 잡아줘야 하는 것이 부서에서 해야하는 업무가 아닌가 싶다. 하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키는 모양새도 좀 웃기긴한데 적어도 회사에 들어온 순간 우리는 '프로' 가 되어야 함에도 항상 아마추어적인 정신으로 있게 된다. 그것을 프로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동기인데 동기가 전혀 없다. 현업도 너무 바쁜 것도 있지만 그러한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한다. 그저 생산에만 목숨을 건 나머지 결국 그것을 행하는 것은 사람인데 사람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비단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내 모든 기업이 동일한 상태이다. 일단 해당 직무가 정확히 어떤 직무인지 두루뭉술하게 소개를 해서 오는 괴리감이 우선일테고 막상 입사 후 알아서 굴러다니다가 커 나가는 사람만 키우겠다는 개똥같은 철학이 두 번째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것을 뒷받침 할 교육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 마지막 정점을 찍는 것 같다. 애초에 로드맵 자체를 만들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예외 상황을 만들어서 그런 것인데 제발 그 말도 안되는 '바빠서 안되요' 라는 말은 안할 수 없을까? 모두 바쁜데 바빠서 안된다니... 이 신입사원 교육 시스템은 정말 해가 가기 전에 좀 심하게 손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어떤 업무보다 이런 교육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 교육을 통과하는 것을 어렵게 변경하고 그것에 대한 로열티를 심어줄 수 있도록 변화를 시켜야 공부할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특히 항상 신입사원의 2~3년 차 쯤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이런 교육에서 먼저 짚어주고 실습을 시켜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물론 안 바뀔 거 같다.

정말 나보고 교육 다 뜯어 고치라고 하면 다 뜯어고칠 자신 있는데(권한만 준다면야...) 서로 이해타산 때문에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10년 전부터 알고 있다. 그래도 더 큰 기업, 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 번은 다 엎고 해야 하지 않을까? 매번 사고나서 다시 처음부터 한다던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예 교육을 철저히 해서 이러한 확률 자체를 좀 줄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설비 실습 교육의 경우 바로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교육이니 이번 기회에 좀 새 설비도 교육용으로 빼서 교육을 전담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각종 가스나 Chemical 류도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실험할 수 있는(밖에서 부식이 일어나는 그런 것 말고 실제로 라인 내에서 어떤 금속이나 벤코트류와 반응이 일어나서 문제가 되는 케이스 등) 그런 툴을 만들어서 위험성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어떤 기업에서도 먼저 못할 것 같지만 매 년 발생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을 먼저 선행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보고 계시면 저를 교육기획 담당자로! ㅋㅋㅋㅋㅋㅋㅋ 

PS: 기획담당자까진 기대도 안하지만 투자는 좀 합시다. 인간적으로 10년 전 설비를 가지고 교육을 하는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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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20. 7. 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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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조차....

한국 사람은 내가 100만 원 벌고 옆에 사람이 200만 원 버는 것보다 내가 50만 원 벌고 옆 사람이 45만 원 버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미련한 것이냐고? 멀리 있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뭔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벌거나 혹은 내가 더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돈을 똑같이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큰 분노를 느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회사에 와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같은 부서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인데 거기다가 연봉도 똑같은데! 하는 일이 너무나 육체 노동자와 사무직과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차라리 다른 부서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일 텐데 바로 제조센터 내에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 간의 차이이다.

 

조직마다 다르지만 내가 있던 곳은 처음에 입사를 하면 기본적으로 공정 엔지니어도 설비에 2년 정도 근무를 하게 된다. 사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닥 쓸모없는 짓인 거 같긴 한데 누군가가 그런 의견을 냈으니 그러려니 싶긴 하다.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한 게 공정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2년을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특출 나게 잘하는 거 아니면 공정 엔지니어에게는 상위고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들 스스로도 그냥 업무를 대충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고 말 그대로 군대처럼 2년만 버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설비 입장에서도 인원만 차지하고 있고 굳이 열심히 가르쳐 봐야 넘어갈 친구에게 정을 줄 필요도 없으니 양쪽 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정 엔지니어도 설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런데 설비를 알아야 할 부분이 굳이 설비를 고치고 교대근무를 도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전혀 상관없이 그냥 머리수 채우는 정도로 돌리는 부분이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멍청이가 이런 제도를 생각해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오히려 나중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친구들이 공정으로 넘어가서 설비 때 하던 일을 하다가 공정 업무를 하게 되면 정말 몸이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적으로 설비보다는 상위에 있는 부서 형태로 되어버리니 업무를 지시하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설비 쪽에 있는 선배들은 '그 친구가 설비에서 공정으로 가게 되었더니 초심을 잃었다.' 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설비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도 하게 된다. 설비로 다시 갈 바에는 퇴사를 하겠다는 다짐도... 어떤 수준인지 알겠나? 이만큼 설비 엔지니어의 입지는 좁고 힘들고 슬픈 것이 현실이다.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조차 한 번 경험을 하고 다시는 하기 싫다고 할 정도이니 말 다했을 것이라 보면 좋겠다(일전에 같은 부서에 인사팀에서 있다가 설비 엔지니어로 온 희한한 케이스도 있었는데 나 오고 나서 1년 뒤에 퇴사하더라...)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기존 설비 엔지니어 혹은 신입 설비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다.

 

 

이런 부분 때문에 퇴사율이 높기도 하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도 알고는 있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어 보이긴 한다. 현재 있는 지배구조(?)가 과거 선배들의 '까라면 가' 이런 상태이니 변화를 주긴 어려운 상태이고 전체적으로 현재 들어오는 친구들이 꼰대 마인드 없이 잘 커간다는 전제 하에 한 20년 가까이 지나야 변화가 찾아올 듯하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도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인력을 계속 줄여 나가는 입장이라 그냥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의 업무로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듯한데, 작년에 그래서 공정과 설비를 통합해서 운영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테스트를 하네마네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현재는 홀드 된 상태이다. 기존의 사람들이 불만이 너무 많기도 하고 설비든 공정이든 이제 20년쯤 지나신 분들은 더 이상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이 없어서 합쳐지는 변화가 싫기도 할 것 같다. 민감한 사항이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도 맞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무조건 하라면 해라고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인것 같다. 이직 준비를 아예 회사 입사 때부터 하는 친구도 있고 불만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90년대생의 모습을 보아온 결과 그들에 맞게 회사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그들의 힘이 좀 부족하고 입사를 하려는 사람이 넘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실제로 들어왔던 친구들의 퇴사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실제 여러 사이트에서 이 직군만은 가지 말라는 내용이 넘쳐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과연 이러한 시선과 모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존과 같은 방식이라면 향후 직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것 같은데 심각성은 인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교육을 하는 것을 언제쯤 끝내고 시기적절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한 상황이다. 대기업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직무가 정말 맞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지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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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20. 3. 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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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할 때부터 정말 퇴사율도 높고 많은 사람들이 하기를 꺼려하는 업무 중 하나인 Set-up 업무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사실 라인이 계속 지어지는 한 해당 업무는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설비 엔지니어로서는 한 번은 겪고 갈 수 있는(뭐 운빨로 Set-up 라인을 다 피해 가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조금 애매한 상황이 생기긴 한다) 업무이다. 말 그대로 설비 엔지니어의 본업인 '설비'를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고 Part별로 그리고 설비 별로 시간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내가 맡았던 곳에서는 보통 설비 셋업 자체는 30~40일가량, 그리고 양산 전환까지는 약 3개월 정도가 소요되곤 했다. 그런데 이 많은 업무를 내가 다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심지어 대부분의 업무를 업체가 다 해주는데!) 이상하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크다. 이유는 다음에 설명해 보겠다.

 

첫째, 납기가 말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데 '안전하게 빠르게' 라는 말도 안되는 구호를 외치면서 진행을 하게 된다. 근데 납기 자체를 정말 '가장 빨리 가능한 날짜'를 기준으로 잡아놓고 딜레이가 되면 왜 늦어지는지를 계속 말하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욕이 난무한다. 후에 소위 짬밥 좀 찬 다음에는 그룹장 하고도 대놓고 싸운 적이 많은데,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목표를 만들고 그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무작정 가능하다고 보고를 하고 칭찬받고(?) 그걸 우리한테 강제한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는 것이다. 1대를 기준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셋업 라인에서 보자면 여러 파트가 동시에 진행을 하는데 우리 파트의 설비만 빠르게 셋업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 설명을 아무리 잘해도 그저 불만만 들으니 일하는 사람도 짜증 나고 스트레스가 넘친다. 그 덕에 업체 엔지니어에게도 몹쓸 짓(?)을 자주 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처음 한 두 번이야 좀 빠르게 해 주지만 그 이후부터는 그분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여력이 안된다(소위 배 째라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근데 몇 개의 라인이 지나가도 이렇게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문제인데 고치지 못하는 것은 누구 문제일까?

 

둘째, 항상 주 6일 근무에 야근을 기본으로 달고 산다.

지금도 의문인 것은 그렇게 하루나 이틀 빨리 한다고 해서 나의 연봉이 올라가는지, 아니면 보너스를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미친 말처럼 빠르게 하기만을 바랄까? 그 빠르게 하는 와중에 실제 진행과 보고 내용이 전혀 다른 경우가 나타나게 되고 나중 가면 혼돈이 오게 된다. 지난번에는 이렇게 빨리 했는데 이번에는 왜 빨리 못해? 이런 식의 답이 많이 나오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보고서 자체가 거짓말이었으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다음 사람도 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렇게 진행이 된다. 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한 번은 정규 업무시간만 딱 해서 셋업을 해보고 차이를 비교해서 크게 차이 안 난다면 정규 업무 시간에만 딱 셋업을 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신규 라인을 가더라도 시간에 대한 걱정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이런 장기 야근과 다른 이슈로 인해서 뭔가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 보고 있다.

 

셋째, 룰을 파괴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한창 사고도 많고 환경안전 이슈로 인해서 문제가 많은 이 시기에 환경안전 룰이 복잡해지는 것도 굉장한 문제지만 (보면 정말 쓸데없는 페이퍼 웍만 늘어나고 있다. 환경안전이 같이 사고가 나지 않고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항상 지적질이니 그것도 문제이긴 하다) 어떤 룰을 만들고 그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 룰을 파괴해서 더 빠르게 납기를 맞추는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이게 맞는가? 예를 들어보면 어떤 결재를 올렸는데 결재가 문제가 되어 다음 날 진행해야 되는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소리 지르고 타박을 하다 보면 베테랑 누군가가 다른 부서와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교묘히 넘기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근데 이런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룰을 만들어 놓고 그 룰을 파괴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상황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긴 한데, 실제 설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이런 적이 너무 많아서 나 역시도 그렇게 룰 브레이커로 이름 날린 적이 좀 있다. 하고서 느끼는 건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 줄었다고 하지만 또 급해지면 누군가는 이렇게 할 것이다. 원천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납기를 현실적으로 바꾸면 된다.

 

최근 각 기술팀에서는 셋업만 담당하는 팀을 따로 구성하는 등과 같이 여러 방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이고 계속 문제를 달고 나갈 것이다. 이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사실 개인적인 엔지니어의 능력이 아니라 센터장이든 재 드래건이든 상위권자가 근본적인 개혁의 칼을 갈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결론적으로 안 바뀐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내가 작성한 이 글을 보고 S사든 H사든 설비 엔지니어로 입사를 하려는 친구들이 많이 글을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곤 하는데 본인이 어떤 업무에 있어서도 자신 있다고 하면 바로 지원을 그렇지 않다고 하면 정말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내 개인적인 심정이다. 돈은 다른 기업에 비해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을망정 나중에 정말 '난 몇 년간 뭔 일을 했지?'라는 답을 얻고 싶지 않으면 처음부터 지원을 하지 말던지, 아니면 확실한 출구 혹은 결심을 하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요즘은 편해졌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왜 군대는 그냥 가기만 해도 싫었던 그런 곳 아니었나? 지금도 사내에서 가끔씩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서 '~~ 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겠냐' 라는 내용도 오는 것을 보면 항상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꿀 수 있다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고 입사하지는 말고 내가 한 번 적응 잘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사를 하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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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20. 2. 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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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친듯이 나쁜 점만 강조해 왔다면 장점도 분명 있으니까 이런 직군이 유지되니 한 번 장점에 대해서 진득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1. 갈구는 사람은 넘쳐난다. 근데 생각보다 용서도 의외로 잘된다.

 

엄청나게 뭐라는 사람은 넘친다. 그런데 설비 엔지니어서 사고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말 아무리 커도 10 Lot 이내다. 다 때려부수던 뭘하던 간에 설비가 고장나서 문제이지 사고 자체가 그 라인의 그룹장이나 직장의 존재 여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우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공정엔지니어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크게 나지 않는 반면에 실수가 하나 생기면 정말 '대박' 사건이 발생되게 된다. 10년 이상 보면서 그런 사고를 친 사람이 롱런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사고 보고서도 정말 징그럽게 써야 하고 끌려다니는 것도 어마어마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공정 엔지니어를 설비적으로 '보좌' 하기 위해서 회의를 들어간 적이 있는데 이게 과연 2010년대의 회의 모습일까 싶을 정도였다. 설비 엔지니어는 그정도는 아니니 안심하자.....(근데 어차피 욕먹고 열받는 것 똑같다는 느낌이다)

 

2. 화려한 페이퍼 웍의 기대를 애초에 하질 않는다.

 

이 직군의 소위 고참들의 특징들이 있다. 페이퍼 웍에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하다는 것인데 특히 '장' 급 타이틀을 달고 못하는 사람은 그동안 누군가가 대신 작성을 해줬기 때문이고 오직 입으로만 설명하는 것을 기준으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거의 확신한다) 항상 PC 앞에 붙어 있는 공정이나 제조 쪽과는 다르게 설비를 만지는 일이 잦은 그들에게 PPT나 엑셀은 선택받은 소수의 인재들에게 몰빵이 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본부 쪽에는 오직 보고서만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니 전체적으로 Low Quality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자주 하지 않으니) 그래서 상대적으로는 큰 Quality를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팀장이나 그룹장이 그냥 간결한 것을 좋아하거나 구두 보고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최고의 상황이긴 한데, 이 역시 나중에 이르러 그들과의 차이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차피 10년쯤 넘어가면 슬슬 페이퍼 웍에 집중하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그 때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스스로 잘 기회를 갖고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도태된다. 평생 닦고 조이고 기름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3. 돈 좀 만져본다.

 

돈을 좀 만진다는 의미는 반대로 말하자면 건강을 잃어버린다는 말과 일맥상통이다. 교대 근무하면 수당도 붙고 OT를 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수당들은 내 자산을 튼튼하게 하나 내 몸도 같이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근무가 계속 바뀌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 쥐약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불만 사항을 뒤로 젖혀두고도 보자면 돈은 확실히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맞다. 나는 결혼하고 한 번도 맞벌이라는 것을 한 적이 없는데 모아온 돈은 맞벌이보다 어느정도는 비슷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만큼 착착 쌓이는 것이 많기도 하고 월급날 얼마 나올지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지샐 때가 있다. 적어도 삼성전자 내에서는 어느 직군보다 돈을 많이 만져볼 기회는 있다. (나름 보너스도 팡팡 터지는 편이니 얼마나 좋은가?)

 

4. 개인 목표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부서를 파견와서 항상 고민이 되는 것은 새로운 목표 설정 부분이다. 각 부서별로 임원의 MBO 목표와 개인의 KPI를 작성하는 것인데 솔직히 설비 엔지니어는 적어도 10년간은 그냥 부서 목표만 따라가면 되고 개인 목표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인재 육성? 외국어? 다 개나 줘버리라고 해라. 어느 사람이 와도 그냥 고과는 돌려먹기였다. 항상 그런 것에 분노를 느끼고 어필을 한 적도 많이 있지만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고 고과 못받을 거 같으면 아무것도 안하는게 상책이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평가라는 시스템은 사실 이제 미국 기업에서는 14%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이미 90년대 말에 들어왔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 상태 그대로...) 코웍을 해야 하는 부서원과 경쟁을 하라고 하는 이 희안한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그냥 개인 목표는 개나 줘버리자. 사실 편하다. 목표는 Ctrl+c/Ctrl+v로 하고 심지어 점만 찍어놔도 아무도 안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니 그냥 신경 쓰지 말자(물론 말로는 다 적으라고 하는데 이미 고과 줄 사람이 정해져 있다. 뭐하러 하나?)

 

적으면서도 장점이 대부분 단점 같아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 것이다...........

왜 이렇게 직군에 애정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주변에 이 직군에 애정이 있는 사람을 정말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적어본다는 것이다. 10화 까지 쓰면서(2년간...) 단 한 명도 '왜 너만 그렇게 생각하니? 실제로 우리 직군은 나름 괜찮아' 라고 말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만큼 우울하다는 의미이다. 에휴.... 다음화에는 마에스트로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얼마 전 회사 블라인드에도 올라올 정도로 황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도 한 번 짚어보면서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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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