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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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실제 연구/개발 쪽도 간간히 교대근무를 돈다. 하지만 개별 라인의 설비/공정 엔지니어는 거의 초반에는 교대근무를 100%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1~2년 차의 친구들은 교대근무를 차라리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초반에는 남들 퇴근할 때 출근하고(이건 정말 완전 슬프고) 출근할 때 퇴근하는(오우 나이스)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이 있고, OFFICE 근무자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차라리 SWING이나 G/Y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막상 SWING 근무를 서게 되면 잠은 많이 자서 좋은데 결국은 22시가 넘어가 버리니 술마시고 노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고, G/Y 근무의 경우 정말 뭐랄까... 그냥 잠자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분명 똑같이 8시간을 자도 너무 졸려고 피곤하고 뭐 그렇다. 더군다나 초년병 때는 몰래 잠자기도 좀 애매할 뿐더러 낮에는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너무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린다. 왜 군대서도 당직 근무 다음에는 그냥 쭉 오침을 하지 않던가? 다음날 생활 패턴이 깨진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긴 하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DAY / SWING / G/Y 근무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근무형태 근무시간
DAY Daytime (아침이겠죠?) 06:00~14:00
SWING 가장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 14:00~22:00
G/Y Grave Yard(묘지기), 중세 유럽에는 야간에 묘를
파헤치는 경우가 많아서 묘지기를 세웠는데 이 시간대를 의미
22:00~06:00

어찌됐건 이 8시간 안에 식사 시간도 포함되어 있어서 어쩌면 9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8시간 근무+1시간 식사시간) 일단 OFFICE 근무자들 보다는 근무 시간이 확실히 적긴 하다. 그런데 어차피 다음 근무자에게 Inform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30분씩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는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차피 일하는 시간은 동일하다. 거기다가 생활패턴도 적응하는데 2~3일 정도 소요되는(그나마 이것도 20대나 가능하더라) 것을 감안한다면 나중에 나이먹어서 까지 하기 정말 힘든 패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노예(야간수당+교대수당)가 되기 시작하면 50~60만원에 눈이 어두워져 G/Y 근무가 필요하다고 가끔씩 어필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는 사원들이 있으니 이런 근무 형태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사실 예전에 IMP 부서에서 '무인 G/Y' 라는 것을 선보인 적이 있다. 야간에 근무자가 전혀 없도록 하는 방식이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그냥 망했다. 설비가 DOWN 되어 있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몇몇 임원들이 이런 시도 자체를 매우 안 좋게 생각을 했다(물론 당시 부서에서는 그런 이유로 끝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야간에 설비가 DOWN되었을 테고 그것 때문에 우왕좌왕 하다가 넘어가지 않았을까 라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좀 DOWN되면 오전에 와서 고치면 되지 뭐가 그렇게 급한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타 부서도 시도하려고 했으나 바로 접고 계속 동일한 패턴으로 업무가 진행이 되었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혁신이라는 것이 나오기가 무척 어렵긴 할텐데, 교대 근무 생활 자체는 개인적으로는 악몽에 가까웠다. 몸도 망가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정신력으로 버티면 되지 않겠냐고? 8시간 근무라고 해서 8시간만 딱 근무하는 경우도 거의 없을 뿐더러 초기부터 Shift Leader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래저래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시간도 굉장히 많다. 지금도 열심히 근무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을 그런 근무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이 근무를 탈출해야겠다... 라는 결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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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