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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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고 처음에 내가 지도선배를 잘못 만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침 7시에 출근하고 밤 11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했었다. 당시에는 야근에 대한 시간제한도 없었고 오피스 근무일 때는 거의 당연히 7시나 8시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던 시기인지라 그냥 그렇게 다녔었고 거기다가 주 6일 근무를 정말 '칼같이' 지키는 시점이었기 때문에(물론 주 7일 근무도 간간히 했었다) 지금과 같은 워라벨을 꿈을 꾼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뭐 '라테는 말이댜~"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 같은데 당시에는 워낙 자주 그러니까 하루라도 정시에 퇴근하면 오히려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회사 주변에서 방황하거나 술만 마시러 가는 불상사도 꽤 있던 것 같다. 물론 뭐 이렇게 일을 한다고 해서 나에게 뭔가 돌아오는 것은 따로 없었다(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4년 정도 지나고 대리를 달 때쯤 되니까 이제는 주 6일이 한 달에 2번, 즉 격주로 2일 휴무를 완전히 보장받는 시점이 되었다. 그것도 굉장히 놀라울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일선 다른 회사들보다는 항상 많은 편에 속했다. 어차피 근무 시간의 오버타임은 여전하였고 너무 당연하게 2시간씩 야근을 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2시간 3시간 5시간을 기준으로 야근 수당을 부여하였는데 어설프게 1시간 30분 야근하느니 2시간을 채웠고 4시간 할 바에는 5시간을 채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그렇게 야근을 더 했었던 기억이 난다(이미 다하고 할 것이 없는데 그냥 빈둥댄 적도 많다. 누가 이딴 식으로 시간을 불리해놨는지 개양 아치들!!) 그래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게 야근 시간 자체는 매일 5시간씩 하던 것 보다야 줄긴 줄었다. 단, 셋업 라인은 제외였다.

 

지금은 예외라고 생각했던 셋업 라인도 이제는 오후 5시를 기준으로 퇴근하는 인원이 늘어났다. 특히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거꾸로 퇴근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데 신입사원일수록 빨리 퇴근하고 기존 사원일수록 늦게 퇴근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고(망할! 망할!) 최근 가르치는 신입사원들에게 문의 시에도 야근을 거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놀랍기도 했고 이렇게 야근을 안 할 수 있는데 왜 어째서! 그간은 야근을 무조건 하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제는 주 5일제도 정확히 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아직은 안되는 것 같다. 어찌 됐건 그래도 10년 이상 보아온 결과 근무 시간의 총량의 경우 전체적으로 감소된 것이 눈에 보이긴 한다. 강제적인 모습이었겠지만(국가 정책에 따라...) 이렇게라도 변화된 게 어딘가 싶다.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셋업 라인도 이제는 미친 듯이 야근을 하는 케이스는 많이 줄어들었다.

할 수 있다. 분명할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회사는 가고 있긴 한듯하다. 다만 제일 큰 문제는 그 구성원들이 그런 변화에 굉장히 빠르게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서장이 있는 팀은 굉장히 고통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일은 똑같이 주고 퇴근만 빨리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 경우 업무를 받는 친구들이 문제가 아니고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스마트해 져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업무를 하는 사람의 업무 과중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 곳의 모습이 이러한 듯 하다. 업무를 과거와 동일하게 하면서 시간만 줄이려고 하는, 바로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각 라인별로 보면 그간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아침 회의도 없애고(어차피 뭔 회의여 그냥 높은 분들끼리 업무 분배하는 건데) 출근 시간도 조금 늦추는 방식은 상당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언제나 톱다운 방식으로 인해서 다운 쪽에 있는 사람은 대체 이런 업무를 왜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의지도 없고 목표도 없는 경우가 왕왕 존재하게 된다. 이럴수록 위에 계신 분은 설명을 제대로 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다지 정확히 상황 설명을 해주는 부서장을 본 적은 없는 듯하다. 현재 회사에서는 이런 부분이 가장 필요한 상태이고 향후 인력을 더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정확히 자신의 의도가 어떻고 어떤 결과가 있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사고가 더 많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야근 시간은 줄었다.

단순히 워라벨만 생각하면 더 좋은 점이긴 하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서 회식도 없어졌고(당분간?) 식사 시간에도 각자 다 따로 먹는 것이 습관화되고 있다. 커피 타임도 각자 먹는 시간이 되어 버려서 부서 간 소통에 있어서 부서장은 굉장히 신경을 써야 할 필요도 있다. 더군다나 제조센터의 경우 교대근무자와 오피스 근무자 간의 얼굴 맞댈 시간이 기존에도 적었는데 지금은 아예 모르는 사람 취급할 정도로 메일로만 오고 가는 사이가 되고 있다. 향후 90년 대생들이 핵심 멤버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이재는 80년대 초반생으로 과거와 미래의 중간 가교 역할을 하는 입장이었다면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는 우리가 보는 모습은 아직은 걱정 투성이다. 그래도 야근이 줄어든 것은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주장을 자신 있게 하는 친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매우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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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