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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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사실 설비 직군 인원이 그렇게 많음에도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는 굉장히 피상적이고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게 없다는 생각에 작성을 해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많고 고민들도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대부분 사회 초년생 때 할 수 있는 고민들이긴 한데, 나 역시 동일한 고민을 했었고(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답변도 달아보았는데 최근에 일을 하다가 보니 다른 불만사항(?) 같은 것들이 생겼다. 물론 비단 반도체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제조업이라서 슬프다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 하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조직행동론이라는 과목을 배울 때는 분명 이런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산업은 연봉이 높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배운 것이 없었는데 해당 과목에 이것을 하나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질병이 와도 공장은 멈추면 안되네?'

물론 공장이 정지되면 오히려 나중에 일이 더 크게 쌓이기 마련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당장 5분 이상 정전만 되더라도 전 인원이 뛰어 들어와서 며칠 동안 설비 백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데 이거 해 보면 알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거의 24시간 이상을 풀로 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없기 하게 하기 위해 설비든 공정이든 엔지니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종플루도 메르스도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 19는 그런 현실이 왔다. 왜 사람들이 사무직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제조업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안된다?

사실 최근 20대에게 취직하고 싶은 회사를 물어보면 S전자를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자국 내에서도 그리 선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돈도 많이 받는 편이 아니고 그렇다고 근무여건이 좋은 것도 이러한 원격 근무에서도 굉장히 뒤처진 모습을 보여준다. 안다, 이 안에서 일해보면 알지만 원격근무가 얼마나 힘들도 말도 안 되는 말인지는 나도 안다. 그런데 준비를 했어야 한다. L사나 H사 보다도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제조업이니까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는 핑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기다가 오직 사무직만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또 황당한 일이다. 근무 자체를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사실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동일한 핑계만 대고 있다.

 

개인적으로 S전자의 대단한 위기라고 생각이 된다.

코로나 19와 같은 질병이 앞으로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 적어놨듯 메르스나 신종플루가 불과 발생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보다 자신의 몸에 더 많은 걱정을 하는 세대가 되었는데 회사의 체계는 그 당시 방법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당장 모 라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을 하니 건물은 폐쇄되어 다른 근무자는 다 퇴근을 하는데 오직 라인 내 설비와 공정 근무자만 퇴근을 하지 못하였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적어두었지만 당연히 멈추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왜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S사에서는 이런 것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가? 당장 전쟁이 나서 쳐들어와도 공장 돌려야 한다고 사람을 남겨야 하는 것인가?

 

어디서나 문제는 존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그동안 S전자의 제조업, 특히 반도체의 경우 오직 수율 향상, 원가 절감이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을 해왔다. 그리고 외부에서 지적을 받을 때마다 그것을 그때그때 대처하는 TF를 만들어서 진행을 하고 그 고비를 지나가면 또 한 고비 지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기존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공채 부분부터 손을 봐야 하겠지만 사무직과 기술직의 경계선을 없앨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상 공백이 발생되더라도 문제가 다소 발생이 되더라도 낮 시간에 충분히 복원이 가능할 정도로 변화를 줘야 하고(물론 최대 생산량을 뽑아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만 이러한 특수상황에서는 전 인원이 안전하게 대피를 하고 다음 날 진행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무인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다른 라인으로 돌려서 하는 시스템을 구축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전 공장이 문을 닫을 정도라면 뭐 도망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이 되니...)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과거보다 확실히 요구사항은 많아졌고 '예전엔 당연히 이렇게 해야 했는데'라는 상식을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지금 상황이 잘 적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한 번을 겪고 지나가야 할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런 위급 상황에서 전 인원이 대피를 하거나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는 것은 S사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모두 진행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을 한다. 이제 앞으로 더 큰 질병이 올 수도 있고 여러 변화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금은 단지 사무직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만을 남기고 끝날 수 있지만 차후에는 꼭 위와 같은 내용들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존경받는 회사가 되고 싶다면 이런 부분에서 꼭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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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