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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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배웠는데...

 

내가 경영전문대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것들은...

분명 조직을 운영할 때는 체계적이고 평등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주는 아름다운(?) 조직을 만들라고 배웠다. 그런데 그런 이상향적인 조직학을 가지고 지금 내가 있는 조직을 보니까 아예 정 반대의 모습만 보인다. 한편으로는 신입사원이나 2~3년 차 때쯤에는 그냥 하라는 것만 하고 그냥 쫓아가기 바빴기 때문에 특별히 불만을 갖거나 하는 상황이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너무 문제가 많아 보인다. 문제가 많은데 이것을 뜯어고치자니 또 권한도 없고 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뭐, 어느 회사나 이런 문제점이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세계 일류 회사로 거듭나는 회사인데 이렇게 다른 회사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희한하게도 내가 현업에서 3년 정도를 벗어나 있었음에도 다시 돌아왔을 때 변하지 않은 것이 그대로 있었는데......

 

습관성 야근

대체, 왜 집에 빠르게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가장 답답한 일인데 퇴근을 눈치를 보고 해야 하는 부분이다. 나야 뭐 워낙 특이하고 미친(?)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퇴근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의 눈치를 본다. 할 것이 있는 사람도 있고 할 것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왜 다같이 남아야 할까? 공장은 하나이니까 다 같이 하나로 뭉쳐야 해서? 뭐 굳이 과거 생각을 해 보자면 사람이 많이 남아 있으면 시키기도 편하고 갑자기 발생된 일에 대해서 공유하고 같이 하기 좋다. 근데 난 그렇게 같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왜 같이 남아야 하는가? 우리는 프로다. 프로는 적어도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것이 프로이고 그것이 안된다고 판단이 되면 정확한 판단 하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맞다. 2명이 해도 안 되는 일을 10명이서 한다고 바뀌겠는가? 어차피 그 업무 자체가 1명이 하는 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다들 습관성 야근에 찌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사가 퇴근을 안 했고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시 바꿔서 이야기해 보자. 그 설비가 망가졌다고 30분 더 빨리 백업하면 본인의 월급이 올라가는가?

 

빌어먹을 조직개편

매 해 1월만 되면 똑같은 일이 발생을 한다. 매 해 인사이동이 있고 그 인사이동에 따라 팀장의 의지에 따라서 조직이 바뀐다. 뭐 조직을 새로 더 만들거나 하는건 오케이. 그나마 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본인들이 그것을 키워보고자 하는 거니까... 근데 이러다가 막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아예 부서 전체를 통폐합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회사에서야 부서 통폐합이 많아야 2~30명 합해지는 케이스라고 하지면 여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거의 500명 이상이 합쳐지는 통폐합인데 이걸 왜 하는지, 이런 것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조사가 전혀 없이 그냥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개인적으로 전에도 언급했던 내용이 있는데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시킬 때는 항상 '내가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꼭 이해하고 업무를 하라고 지시를 한다. 기계가 아니니 스스로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라는 의미인데 아무리 탑다운 방식이 편하다고 하더라도 전혀 뭐 언급 없이 그냥 진행한다. 나는 이런 방식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어떠한 이유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있으니 이것을 보완해 보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한 통합일까? 매번 쪼개고 합치고 난리도 아닌데 이럴 거면 팀장이라는 사람을 부장 직급에서 오래 시키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 번 그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안테나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심스럽다.

 

대체 회의의 목적이 뭐야?

소시적에 하루에 회의만 8개를 다녀본 기억이 있는데 회의를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이는 것이 아니었다. 회의라는 것은 무언가 문제점이 있고 그것을 협의하여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회의의 목적인데 이것은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더 쌓여서 온다. 그때서야 뭔가 조사를 하자고 협의를 하고 그다음 주로, 그다음 주로 계속 넘어간다. 이럴 거면 뭐하러 회의를 하지? 그냥 조사를 해오라고 하던가... 그리고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내용들도 내가 계속 파일을 저장하다 보니까 이제는 매 년 연례행사처럼 똑같은 것을 조사해 오라는 것이 늘어난다. 나야 작년에 해 놓은 것이 있으니 몇 개만 쓰윽 해도 티가 안 나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또 그 허튼짓을 해야 한다. 그 기간 내에 조사를 할 수 없는 항목임에도 뭐에 취했는지 너도나도 더 빨리하겠다고 허튼짓이다. 다들 본인이 조사 안 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 적어도 조사를 지시하는 사람은 실제 조사를 본인이 하든 밑에 사람을 시켜보든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니까 버퍼를 넉넉하게 잡고 줬으면 한다. 막상 조사를 하더라도 대부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말이지... 

 

이제는 더 바닥이 안보이는 로열티

얼마 전에 다른 사이트의 공정기술의 한 사원이 센터장에게 설비 쪽의 문제점을 멋들어지게 적었던 일이 있었다. 사실 찾으려고 찾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같은 사이트에서 일했던 기억이 있는 친구라서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용도 논리 정연했고 분명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시정을 요구하는 정당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나 혹은 나와 비슷한 연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또 우리 자신이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글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역시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부서의 문제라고 말한 것이 또 부메랑처럼 '사람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간부들의 문제'라는 것으로 돌아왔다. 결국 또 도돌이표처럼 진행된다. 왜냐하면 애초에 회사에서는 이런 불만에 대해서 시정해 줄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정부에 대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데 부동산을 잡지 못한다고 말을 해도 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은 전혀 다른 정책을 내보내어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다. 왜냐고? 애초에 부동산 가격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럴 거라는 것을 생각하기가 힘들지 않은가? 이렇다 보니 직원의 로열티는 바닥 of 바닥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중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주변에 갈 곳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얼마 안 걸려서 그렇다. 솔직히 연봉이 줄어도 다른 업무로 가라고 하면 당장 뛰어갈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다.

 

매 번 TF를 만들어서 바꿔보려고 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TF는 존재는 하는데 권한이 없는 상태로 진행이 된다. 권유만 되지 그 이상은 변화가 어렵다. 무조건 많이 빠르게를 외치는 한 절대 변하지 않을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신입사원들은 조직문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입사를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쉽게 변하지도 않을뿐더러 근본적으로 신입사원의 구미에 맞는 복지정책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최근 IT기업들이 너도나도 연봉을 급격히 상승시켜서 신입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해당 분야의 업무가 전문적이면서도 잘하는 사람을 뽑기 어렵고 쉽게 이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직이 좀 자유롭게 되고 누구나 한두 번씩은 이직이 필수라고 했다면 우리가 이러한 조직문화였을까? 생산보다 조직문화에 좀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한 5년 정도 뒤에는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과거가 좋았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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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