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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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갖고 싶었던 직종은 엔지니어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은행원이 되고 싶었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던 2007~2008년은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주변 부동산이 싹다 몰락하고 있는 상태였고 기업들은 부도가 나나 안나나 걱정하고 있던 시기라 전체적인 공채도 인원이 절반 이상 삭감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내가 보았던 금융권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모습만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삼성생명에서 인턴쉽을 했는데(나중에는 결국 없어진 듯 하지만 보험영업자를 키우려고 하는 인턴쉽이었다. 난 좋았는데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삼성이라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기도 했고 합숙이라는 것에 정말 많은 매력을 느끼는 시기였다(언제 여자들과 같이 합숙을 해보았겠나... 공대 테크트리가 다 그렇지 뭐...)

 

사실 그곳에서 인턴쉽을 하면서 장점만 보여줬으니 당연히 좋아보였겠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금융권 근처도 못가보고 광탈했다. 최종 합격한 곳이 전혀 없었으니 뭐..... 사실 우수한 학교의 공대생도 아니고 뭐하러 나를 뽑았겠냐라는 자기 위안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 조금은 아이러니 했던 것이 생각보다 서류합격률은 높았다는 것이었다(이렇게 말해도 40개 중에 고작 7개 밖에 안되었었다^^;;) 그러던 와중 중견기업이었던 D사에 영업지원으로 합격을 하였고 2008년 4월 1일자로 발령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뭐에 씌었던 걸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사 쪽에 전화해서(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안간다고 했다. 사실 지금 보자면 거기라도 합격을 했던 것이 감지덕지 한 일인데 뭘 믿고 전화를 해서 안간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지르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여자친구가 한 번도 없을 때는 여자들한테 말도 못 걸지만 한 번 사귀어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괜한 자신감이 생겨서 여자들에게도 말을 걸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나만 생기는 미친 버릇이었나...)

 

...........

그 이후로 정말 20여개 기업에서 '당신의 능력은 출중하나.... 어쩌고 저쩌고'. '귀하의 뛰어난 실력은 어쩌고 저쩌고...' 금융권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공대라고 생산지원이나 엔지니어링으로도 지원을 했는데 역시나 무참하게 밟혔다. 한 달정도 진짜 집에 적막이 흘렀다고 했었다(부모님의 나중에 이야기에 따르자면 말이지...) 수능을 망치고 와도 10분 울고 끝나고 넘어갔었는데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다. 내가 왜 포기를 했는가에 대해서 많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뱉은 말들이 많아서 그 많던 자신감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흔히 취업생들이 하는 말이 있다. 삼성그룹 공채에서 서류에서 떨어지면 그냥 다른 대기업은 포기하라고... 왜냐하면 그냥 다 붙여줘서 그렇다.(학점 3.0 이상에 영어시험도 거의 자격수준만 넘으면 OK) 지금은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당시에는 SSAT(싸트) 라고 했었다. 왠 수능 다시 공부하는 느낌으로 공부를 했는데 내가 왜 합격을 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실 잘 본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통과를 했으니 잘봤다고 믿겠다^^;

 

20개 떨어지고 적성시험 합격한 유일한 회사가 사진의 삼성전자이다. 사실 워낙 뽑는 인원이 많아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대생의 마지막 보루(LG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라고 했던 곳인데 당시 반도체 쪽이 완전 망할 분위기여서 인원이 대폭감소되었었다. 기억으로는 나 때 그룹 전체 공체가 2000명 대 였으니 지금 만 명 넘게 뽑는 거에 비해서는 정말 적은 숫자였다. 더군다나 내가 지원한 회사는 당장 말할 분위기라고 이야기 하던 삼성반도체 였다. 사실... 적성검사 합격 이후에 갑자기 반도체를 보기 시작했는데, 일단 반도체라는 정의만 알고 있었지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에 가까웠었다. 철강재료/비철금속재료 등 금속 관련 공부만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애초에 이걸 아는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20개 탈락 이후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었으며 나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어차피 남은 대기업 공채들은 대부분 탈락을 해서 몇 개 남지도 않았었는데 면접까지 갔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면접이 3:1~2:1 수준이 된다고 하니 정말 이번에는 희망을 가져보자고 생각했다. 새벽부터 양재역 주차장에서 기흥사업장으로 갔었는데 가는 길에도 공부를 해보려고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그냥 버스에서 기절했다. 난 정말로 긴장감이 없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좀 이상하긴 하다. 주변에 정장입었던 다른 애들은 정말 차에서 조용히 중얼중얼 대던데 말이지... 어찌됐건 기흥사업장에 들어와서 간 떨리는 면접은 시작되었고 반도체라는 것에 대해서 2주 공부하고 갔던 나에게는 정말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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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12. 3. 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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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0%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단독입찰을 통해서 10년 이상 끌어온 하이닉스 M&A가 완료된 듯 합니다. 사실 어떤 기업이 인수하더라도 부담이 큰 기업이긴 하겠지만 4대 기업 중 하나가 인수를 함으로서 어느정도 안정을 잡아간다고 할까요? LG를 끌어내린 이후 격차가 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SK입장으로서도 사업 다각화 및 앞으로 다가올 모바일 대전에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다만 기본적으로 제조업에 모바일 제조업에 기반을 두지 않은(SK텔레텍은 일단 소규모니 예외로 둡시다) 입장에서 인수가 과연 득일지 실일지는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1. SK텔레콤에서의 자체 모바일 개발 가능성

이전에 SKY 모델을 개발할 당시에는 정말 참신(?)했던 것 같은데(물론 일본산 디자인이 주류였지만 당시에는 일본산 디자인들이 혁신적이라고 평가를 받을 시기라...) 팬택에 인수된 뒤로 SK네트웍스에서 추진했던 모바일 사업은 거의 망해서 더 이상 진행도 안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불을 지필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SK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점유율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눈을 피해서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HYNIX의 기술력은 삼성 못지 않게 뛰어나다고 하니까요. 자체 모바일을 개발할 수도 있고 아니면 HYNIX 쪽의 비메모리 사업을 더 키워서 향후에는 애플같은 기업에게 요청 받아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2. 사업 다각화

단순히 사업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정말 성공적입니다. 4대 기업 중에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기반이 약한(기름 사업은 예외로 둡니다) 편인 SK입장에서는 거대한 제조업을 경유할 수 있고 더군다나 모바일 시장의 발전에 따라 향후 더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기업을 인수했기에 멀리서 보았을 때는 꿩먹고 알먹고 입니다. 다만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 통신 기술 발전에 투자해야 할 것을 전혀 다른 부분에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전부터 문제가 되오던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삼성 반도체 보다 월등히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데 1위와의 격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지라 그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SK텔레콤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겠지요.


3. 복지 문제

기본적으로 제조업과 금융업/서비스업의 복지는 월등히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일을 해야 능률이 향상되는 제조업 입장에서는 휴가를 원활히 쓸 수 없는 경우도 많고 더군다나 모 회사인 SK텔레콤의 경우 복지가 우수하기로 소문이 난 기업인지라 그 복지를 그대로 적용이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또한 OPERATOR와 ENGINEER의 수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아나가느냐에 따라서 인건비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기존의 하이닉스 노조는 인원 감축을 원하지 않을테지만 점점 공정 자동화에 가까워지면서 필요없는 인력이 점차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지요. 단순히 복지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복지를 어떤 식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원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래저래 글을 써 봤지만 반도체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문제겠지요. 캐시카우역활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재투자비용이 월등히 많은지라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많은 기업들이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기도 했구요. 일단 SK텔레콤에서 인수를 진행하였으니 그들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을 것일라 생각됩니다. 산업의 쌀이라 일컫는 반도체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 한국에 2개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며 두 기업 모두 비메모리 업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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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11. 9. 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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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ssue화 되고 있는 Cloud System의 경우 Mobile Phone의 경쟁에 밀려서 아직은 크게 빛을 보고 있지 못하지만 어떻게 보면 Tablet PC 이후로 가장 큰 사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한국도 그에 뒤쳐지지 않게 여러 기업에서(네이버,다음 등)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포털의 매개체로 사용을 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보조디스크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은 USB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며,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정말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 되어버리고 마는... 그런 것이겠지요.

다만, 최근 기업들 간에 보안 유지 때문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File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 중앙통제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아 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자면, 차후에는 PC가 없고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만 가지고 PC를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고 하는데, 사내 인트라넷의 경우 내부인만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편리성을 가질 수 있고, 매 년마다 PC UPGRADE에 투자하는 비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왜 반도체 기업에 위기라고 생각이 되냐면, 사람들이 실제로 본인의 컴퓨터에서 램이나 CPU를 활용하는 것이 많으면 80% 적으면 10%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100%를 전부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이야기이지요. 그것은 80%의 성능을 유지하는 PC가 10대가 있으면 2대의 PC는 전력소비와 추가비용이 없더라도 공짜로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대수가 적게 해서 이정도지만, 이런 식으로 1억대 이상의 PC를 합쳐버린다면 2천만대의 PC를 구매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클라우드 시스템을 iOS에 탑재하여 활용하려고 하는 애플의 경우 엄청난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본인들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지만, 최대 구매자 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넘쳐난다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포화상태에 이르른 통신업자 측에서도 다음의 SYSTEM이 구축된다면 현재의 인터넷 망 사업과 더불어서 매 달 요금을 청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캐시카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해 진다면 지금과 같은 출혈 경쟁이 일어나겠지만, 일단 최적화만 된다면 일반 사용자의 경우 UPGRADE라는 것을 아예 잊어버려도 괜찮을 정도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현재의 데스크탑 PC의 판매량은 앞으로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노트PC와의 격차도 많이 감소되었고, 현재 큰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태블릿 PC의 경우에도 분명 클라우드 PC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자원도 절약되고 국가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줄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합니다. 멍청한 정치놀음에 의해서 도입 자체가 늦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결론적으로 이 클라우드 시스템은 소유의 개념에서 대여의 개념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로 하여금 의무를 줄여줄 수 있는 역할과 기업으로서는 보안과 유지라는 새로운 사업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일전에 읽었던 책 중에 '나이키의 적은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다' 라는 말이 있듯 지금 당장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는 공장 증설에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 현재의 반도체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으로 가야하는 과제를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클라우드 시스템일지, 아니면 다른 방법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요.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무엇이든 더 편한 것, 그리고 더 빠른 것이 정답이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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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