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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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도 이야기 했듯, 반도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이 갔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시련이 왔다. 내용은 Wafer에는 끝쪽에 Ingot ID라고 하여 Wafer의 No를 Labeling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지 묻는 토론 면접 부분이었다.

아뿔싸... 애초에 그게 뭔지도 모르고 Wafer라는 것은 그냥 둥근 실리콘 덩어리라고만 알고 있지, 내가 거기에 번호가 있는지 없는지 알게 뭔가... 라는 생각을 하고 이미 반쯤 포기하고 있을 무렵 자리가 한가운데 떡하니 있다는 사실을 조금 후에 알게 되었다.

 

"가운데 계신 분이 사회자 봐 줄 수 있을까요?"

 

희안했다. 다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듯 했고 그것이 있던 없던 '나는 어차피 할말이 많으니 상관없어 흐흥' 이런 분위기였다. 다들 그저 부러웠다. 그럼,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어떻게 봤더라...

손석희? 이거 뭐 이름만 알지 제대로 본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럼 또 누가있나.. 여기서 유재석 처럼 재미있게 사회를 볼 것도 아니고...

 

 

<좀 도용했습니다. 손석희 사장님^^>

 

그런데 의외로 사회자의 역할이 내가 딱 맞았나보다. 단순히 의견 정리해서 중간중간 설명해 주고 내 의견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당연히.. 모르니까 제시를 안하겠지...) 토론을 이끌어 가니 어느덧 15분이 훌쩍 넘었더라. 그래서 종료되었는데 의외의 반응

 

"사회자가 참 잘 본다."

 

오, 의외다. 사실 내 재능은 사회 보는 것에 있지 않을까? 라는 어이없는 생각과 함께 토론면접이 끝났고 인성면접장으로 이동했고 사실 인성면접에서는 키가 190cm이었던 관계로 주구장창 키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 왠지 인성면접은 그냥 면접하기가 귀찮아서 아무거나 물어보는 장소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앞에 있는 사람도 뒤에 있는 사람도 그냥 개인적인 질문만 하다가 끝난 것 같다.

 

자, 이제 오늘에 마지막 난관인 기술면접이 남았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미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녔음에도 자신있게 내가 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을 하는 가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하면 조금 어려움이 있다. 단편적으로 하는 일이야 어느 회사나 다 똑같을테고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물어볼텐데, 사실 Wafer를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닌 Robot이 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Wafer 만들어.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그래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청소한다고 해도 믿지도 않고 말이지...)

어찌됐건, 주제를 주고 10분동안 생각한 다음 발표하는 것인데, 아마 100분을 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그냥 들어갔을 주제였다.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 발전의 차이를 설명하라'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이것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인거 같은데, 지금까지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사실 이유는 이렇다. 모르는 것은 사실인데 회사에서 당시에 추진하던 것이 태양열발전의 전지를 구상하고 있었던 듯 하다, TF까지 꾸려져서 진행을 한 것 같은데, 생뚱맞게 유가는 향후 몇 년 뒤부터는 쭉쭉 떨어져서 해당 발전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그 사이에 2차전지 발전과 LED의 대두가 진행되면서 다른 계열사로 이동이 되었고, 결국 태양광/열 발전은 그냥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뭐, 간략하게 설명하면 빛과 열의 차이인데, 빛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것과 열에너지를 전기를 바꾸는 것이라고 보면된다(너무 간단한가?) 어찌됐건 당시에는 그것도 몰라서 그냥 무작정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제가 솔직히 이 부분은 공부를 안해서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다음주에도 여기 면접이 계속 있는 것 같던데 다음주에 다시 와서 설명하면 안될까요? 어설프게 설명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며, 놓치지 않을 인재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니 오글거리긴 한다. 거기다가 완전 미친놈 같다. 뭘 믿고 저런 헛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토론면접 때 한 번 충격이 와서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했고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니 그냥 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뭐... 남들은 10분 이상 하던데 난 3분 만에 튀어나왔다.

 

"다른 회사 찾아보자"

 

라는 생각을 했지만 당장 남은 곳이 몇 개 없는 상황. 돌아오는 길에도 푹 잠을 잔 나로서는 이제 낭떠리지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일을 해주겠다는데 왜 받아주질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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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