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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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P 종료 이후에도 교육이 3주 이상 있어서 상당히 느긋하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사실 입문 교육이라는 것이 미안하지만 내가 뭘하는지도 모르는데 교육을 받아봐야 뭘 얼마나 알 수 있는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 부서에 가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그냥 공구 이름이나 공구 사용법 같은 것을 배웠다고 하면 더 효율적인 학습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듯한 내용들은 사실 실제 업무에 있어서는 조금도 도움이 안되었다.

 

드디어 어딘가에 이끌려 부서에 배치되었다. 뭐 아니나 다를까 그냥 공장이다. 지금은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공장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워보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했지만 공장이 공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니 공장으로 가는 길은 솔직히 무거웠다. 특히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다 인문계 친구들이라 보험사, 카드사, 은행 등 소위 말하는 금융권의 알짜배기 회사에 입사를 했기에 더욱 부러웠다. 나도 칼같은 정장 바지를 입고 뽀대나게 서울 시내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 것을 아는 것은 부서에 배치 받은 후 부터였다.

 

정장을 입은 상태로 가자마자 들은 것은...

"내일부터 청바지 입고와."

음... 잘 생각해 보면 편한 옷 입고 다니니 좋은 것이고 정장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그냥 몸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항상 청바지에 면티 입고 다니는 것이 편해져서 정장을 입는 것조차 꺼려지긴 하지만 (죽어도 살이 쪄서 못 입고 있다는 말은 못하....(?)으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일을 하길래 옷을 편하게 입고 오라는 것인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이미 거기에 들어가면서부터 느껴지는 군대 스멜(?)은 정말 정나미가 떨어지고 비인간적인 느낌이 들었었다.

 

흔히 사수 부사수로 이루어지는 군대의 모습이 정말 그~~대로였다. 지도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과 만남이 있었고, 정말... 소위 말하는 지독한 '일벌레' 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첫 날부터 시작해서 일주일만 5시에 퇴근을 했고 나머지는 밤 10시 이후로 퇴근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밤 11시에 가서 삼겹살 먹고 소주 먹고 새벽 1시에 퇴근해서 다시 6시까지 출근하는 모습,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모습이 아닌가? 사실 그 선배를 원망도 해보고 반항 아닌 반항을 해보기도 했지만 (나 안해! 이러고 그냥 자취방으로 간 적도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라인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선후배 사이가 되긴 했다. 가끔 나랑 일할 때가 정말 그립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단순히 그냥 하는 말이라고 해도 듣기 좋은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이 된다. 와 보면 알겠지만 중간에 정지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게 짜증나고 힘든지도 안다. 그래서 설비는 24시간 계속 동작이 되어야 하고 그로인해 3교대라는 어쩌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끔찍한 교대 근무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게 아이러니한게 딱 8시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앞뒤 30분씩은 서로의 내용 전달을 위해서 날려먹는 시간이 기본적으로 있고 설비가 멈추거나 동작되는 설비에서 Wafer가 부서지는 문제가 생기게 되면 남아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난다. 뭐 대기업이기 때문에 야근 시간에 대한 교통비를 칼 같이 지급하는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남아있는 시간이 끔찍했다는 것은 와 본 사람이면 알 듯 싶기도 하다 (물론 그걸 그냥 즐기는 친구들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냥 현실은 단순노동 그 이상도 아니었다는 것이 자괴감에 빠지게 했고 무엇보다도 교대 근무는 내 몸을 무너트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항상 피곤했고 항상 몸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그냥 내가 관리를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관리하기가 어려웠던 그런 모습 그 자체였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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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