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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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구조가 변경이 되긴 했지만 당시에 구조를 살펴보자면 고졸 사원은 F1, 전문대졸 사원은 F2, 그리고 대졸 사원은 F3로 시작을 한다. 사실 F1에서 F3까지 진급하는 것은 6년이면 되나, 이 때 소위 말하는 F3고시라고 하여 F2->3 직급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얼마나 심하면 극단적으로 15년 넘게 F2에서 멈춰있는 사원도 있을 정도이니(사실 극히 드문 경우지만 이건 개인의 문제가 있으니 그렇다고 생각을 해야겠다) 대졸로 들어온 F3 직급 인원이랑 같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지도선배를 잘(?) 만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주변 선배들 중 분명히 적대감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었고 일단 시작하자마자 많은 사람이 나보다 직급이 아래인 상태로 시작을 하였으니 나역시 그들에게 배움을 청할 때는 어려움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보다 나이는 많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질 그 이질감이란, 정말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 그들에게 배워야 겠고 그런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꽤나 많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거였다.

 

"대졸 사원이라 다를 줄 알았는데 고졸이랑 똑같네"

 

사실 짚고 넘어가자면 웃긴 부분이 있다. 아무도 안가르쳐 줬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사실 여기서 가장 웃긴 부분은 바로 이거다. 한국 사회가 그 썩을 군대라는 것 때문에 아래 사람이 알아서 해야 하고 뭐든 알아서 해야 하는 이상한 문화다. 제대로 교육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시스템이 정말 정상적인지는 많은 의문이 있다. 지금에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는 내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으나 적어도 그들이 모른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타박하지 않는다. 그거 한 두개 지식이 더 있다고 해서 더 잘난 사람도 아니고 또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그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초반에 몇몇 인원과는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있었고 솔직히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소리도 지르고 화도 꽤나 많이 냈던 것 같다. 사실 덩치도 엄청 크고 키도 커서 상대방이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후일담도 이야기 했지만 어쨌거나 건방진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였던 것 같다. 사실 이 상황에서 내가 타계한 방법은 일을 엄청나게 잘한다기 보다는 반복업무를 최대한 배제하고 설비 고장의 '원인' 을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어차피 5년 넘게 동일한 장비를 다뤄본 사람들과 동일 선상에서 노력을 해 봤자 이길 수 없는 경기이고 이왕 쓰레기같다고 낙인 찍힌 거 이렇게 건방진 이미지로 끝까지 가서 나는 좀 즐겁고 편한 회사 생활을 하려고 했다.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그 덕에 3년 간은 정말 죽도록 힘들었고, 그 힘든 파고를 넘어서 보니 그 때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렀고, 사람들이 몸으로 때우는 업무들에서 많은 부분 배제가 되고 소위 '나만 할 수 있는 업무' 에 많은 투입이 되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교훈은 그거였다. 남보다 조금 더 위로 아니, 다른 평행선 상에서 뛰고 싶다면 이렇게 힘들어도 미친 짓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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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