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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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책을 읽다보니 제 고등학교 생물 성적이 기억납니다.

고3 마지막 시험에 41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가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생물 자체가 싫었다기 보다는 전부 암기로 밖에 할 수 없던 생물이라는 과목을 그냥 등한시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연관성 같은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렇게 생물을 멀리했던 제가 이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고역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흥미 문제를 떠나서 다윈이라는 사람이 갖추고자 했던 큰 그림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다행이도 종의 기원이라는 내용이 자세히 나왔다기 보다는 그것을 출판하기 까지의 모습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아 어쩌면 가벼운 마음의 역사서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생물학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합니다. 신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다윈은 사실 신이 아니라 원숭이로부터 우리의 조상이 변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역시 아직까지도 어떻게 원숭이로부터 올 수 있을지 의문이 가기도 하고(지금도 원숭이가 있는 것을 본다면 분명 원숭이의 모습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그 종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긱기도 하구요) 인정하기 싫은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동물은 모두 똑같은 종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드물게, 과학자로서의 다윈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버지로서의 다윈은 상당히 모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타 과학자나 예술가들의 삶을 본다면 그저 방탕하거나 자식을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던 반면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하고(그것도 사촌을????ㅋㅋ) 여러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그런 모범적인 아버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당연한 거 같지만 흔히 이런 사람들의 뒷면에는 정말 희안한 일들이 많더라구요...ㅋ) 엄청나게 충격적인 학론이었음에도 결국 위대한 과학자로서의 한 사람이라고 칭송받는 것은 사람의 됨됨이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이 시대가 지금 부러운 것은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호기심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 필요한데, 지금의 한국은 너무 응용학문과 돈에 관련된 것들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태평성대를 단순히 국력이 부강하여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적으로 여러 꽃을 피울 수 있었기에 더 아름다웠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신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시대 영국이 아니었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의 한국과 당시의 영국, 여러분은 과연 어느 쪽이 더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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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