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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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사실 방송에 대한 환상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나에게는 없다. 아버지가 방송국에서만 36년을 일하면서 간간히 연예인을 보기 위해 갔던 것이 있는데 시간이 엇갈려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태어나서 한 번도 집안에서는 하지 않던 욕을 거기서는 하고 계신 것을 보았고 그렇게 잘생기고 이쁜 연예인들이 담배 뻑뻑 피워대며 욕을 산떠미처럼 하는 것을 보면서(당연히 뭔가 수가 틀려서 혹은 기다림이 지겨워서 그런 것이겠지만) 환상이 다 깨졌다. 너무 예뻐 보였던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는데 짙은 향수 냄새와 담배냄새가 같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서 아 쟤네도 다 사람이구나 그냥 얼굴만 저렇게 생긴 거구 나라는 '인간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데 그런 사람과 맨날 같이 호흡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방송작가이다.

 

차라리 연예인은 돈이나 많이 벌지, 작가들은 그건 아닌듯 하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연봉이 거의 억대에 이르는(사실 연봉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수당 다 합쳐서 원천징수가 그 정도 일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방송작가들은 이렇게 커 나가기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거기다가 책과 마찬가지고 매번 밤샘 작업을 반복해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다른 직종과는 다르게 시간이 굉장히 가변적이고(이건 아버지 근무 시간을 봐도 알았다. 매일매일 근무가 바뀌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근데 내가 들어간 회사는 교대근무를 한다는 사실은 안 비밀..ㅠ) 체력적으로나 건강 상으로나 문제가 많은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렇게 10년 이상 버틴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진짜 버티기만 해도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까? 실력도 있어야겠지만 그만큼 체력 관리도 중요한 듯싶다.

 

남녀 차별도 심하다.

예전에 아버지에게도 여쭤본 적이 있는데 어떤 연예인이 이쁘냐고 물어봤을 때 대부분 못생겼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가 뭔가 했더니 너무 예쁜 애들 천지라서 그냥 다 비슷해 보인다는 답변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눈이 높을지 알게 되는 답변이었다. 아직까지는 남성 위주의 제작 현장이기 때문에 성희롱적인 발언이 굉장히 자연스럽기도 하고 괜시레 여자들은 이뻐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박혀있어서 심지어 얼굴이 나오지도 않은 방송작가들 조차 이뻐야 한다는 희한한 차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많이 싸우는데 얼굴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풀어진다고 하나? 희한하다. 물론 얼굴이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다만 그게 실력을 가르는 요소는 아닐 텐데 왜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일까?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연차가 올라가면서 다른 방송작가를 위해 권리를 대변하는 경우에 이르렀다. 그래서 저자는 시도했고 성공사례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는듯하다. 당장의 불합리 몇 개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성희롱 문제와 더불어 방송작가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하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굉장히 좋은 방식의 고용형태라고 하겠지만... 여러 입장에서 봤을 때도 굉장히 불안한 고용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투쟁, 단결도 답이겠지만 과연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책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권리를 얻기 위한 그녀들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요즘 이런 에세이를 많이 읽어본다.

나름의 경험과 생각, 일상 등이 이제는 책으로 보일 만큼 성숙한 세상이 되었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말고 이렇게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에세이로 나오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나도 회사에서 이 정도의 곤란함이나 슬픔이 있는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괜한 욕심?) 오늘도 분명 또 치열하게 제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그녀들을 위해서 힘내라는 말과 함께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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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