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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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매력이 뭘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보면 최근 나오는 책들에서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의 이야기로 생각이 되는데 묘하게 공감이 가는 정말 평범한 이야기들, 그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들이 생긴다.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의 수필이 최근 트렌드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회사를 쭈욱 다니다가 은퇴를 하게 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은 이미 2000년대 이후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무한 경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사실 본능적으로 경쟁을 하기 싫어하기도 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반발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것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능력을 탓하거나 소심한 자신의 성격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 그렇게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시키는 것은 정말 싫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 바로 저자인 룬아 작가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너무나 솔직해서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년간 커피점을 운영했다. 아니 1년이나 커피점을 운영했다. 처음엔 살짝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는데 결국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접었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쩌면 자신의 커리어에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에 그녀는 자유롭게 시작하고 자유롭게 포기한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물론 그녀가 좋은 남편을 만나서 적어도 한 쪽의 수입은 온전히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은 하지만 그런 남편을 얻은 것 조차 스스로의 쟁취라는 것이 그녀의 모습이다. 다소 투박하지만 정말 부러운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 미대 교수도 지원했다고 한다. 위에 커피점을 한다는 점과 비교를 하자면 다소 거리감이 있어보이긴 하는데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으니 성공담은 아니었으나 면접까지 갔다고 하니 적어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표면적인 실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이룩한 것이 많고(적어도 스스로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거기다가 이런 책까지 집필을 했으니 돈을 얼마를 벌었던 간에 굉장히 부럽다. 특히 책 여기저기에 있는 아름다운 사진들은 그 곳으로 빨려들어가서 나도 그 자리에 같이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책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묘하게 매치되는 감이 있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점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작가와 독자간의 사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서로 닮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에 공감을 하고 다르기 때문에 통쾌함이나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다소 때 묻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또 한 번 빠져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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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