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돌이켜 보면 잃어버린 것도 엄청나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잃어버린 것 중에 가장 크게 잃어버리는 것은 '우는 방법' 을 잃어버리는 것인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남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비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하기 때문에 진짜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해 화병이 나서 쓰러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상처를 어떻게 하든 다른 방식으로 풀기 위해 숨기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요. 사실 이런게 정상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복잡해 지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에게 밑보이는 기분이 들어 그 마음을 항상 숨기려고만 하는데, 마음 속의 화는 점점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울지 못해 말이지요.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고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자면 저는 당장 저의 아이의 마음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배고프다고 표시를 해야 알 수 있고 하기 싫은 것도 하기 싫은 제스쳐를 취해 줘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른이 되면 좀 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사람이 누군가 굉장히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릴 적 봐왔던 부모님도 '결코 완벽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도 저랑 같았을테니까요.
이제 결혼 한지 6년째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화이트 데이 때 와이프가 조그마한 선물도 주지 않았다고 굉장히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희안하지요? 본인 입으로 자신은 '결혼기념일과 생일만 챙겨줘' 라고 해놓고 심지어 제가 받아야 될(발렌타인데이???) 날에는 제대로 준 적도 없는데 본인은 받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그것도 안 준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자그마하다고 저한테 엄청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일주일 전이네요. 저도 속으로는 엄청나게 속상했습니다. 받은게 없는데 왜 줘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에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연애할 때도 이렇게 주고 받는 것에 대해서 명확히 선을 그었나 싶었네요. 그저 주기만 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결혼이라는 것이 제 생각을 너무 무디게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읽다보니 왠지 모르게 20대 때의 감정들이 되살아 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왠지 시 같으면서도 읽다가 피식 웃게되는 제 모습을 보곤 했는데요, 저랑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더 공감이 가지 않았나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와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이 결코 싫지만은 않고, 한 번 더, 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가는 책인 것 같습니다. 최근 사회가 복잡해지고 감정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이성이 더 중시되고 있는 사회에서 어쩌면 이런 감성적인 것들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도 동심도 너무 무미건조해 지지 않게 바닥에 한 줄기 빗방울이 떨어져야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말이지요.
왠지 2편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은 저만 그런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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