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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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되라

얼마 전 타계한 애플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가 대학 강연에서 했던 'Stay Foolish, Stay Hungry' 가 유행하여 화자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세상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다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아닌 소위 한 가지에 완전히 미쳐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뒤집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제도권 교육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이 사람들은 그 틀을 잘 활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여 성공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계적인 청바지 업체 디젤의 CEO도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데요, 사실 스티브 잡스보다는 어쩌면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과 닮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탱크를 가지고 미국에서 마케팅을 연출하는 모습이나 아프리카에 서양의 반대 모습의 광고를 넣은 것을 본다면 그의 상상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저 멍청하게 있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바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힘들든 힘들지 않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바보처럼 미칠 수 있는 가가 더 중요한 요소 입니다. 너도나도 의사 판사만 하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런 사람이 몇 이나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사'자 돌림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궁무진하게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바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안된다는 것만 골라서 성공시킨 배짱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남들과 동일한 수준의 경쟁만 하였다면 결코 미국의 리바이스를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디젤' 이라는 바지 브랜드의 저자(물론 대필을 한 사람이 1인칭 시점으로 변화해서 글을 쓴 거긴 합니다만...)가 한 번도 자신의 바지가 좋다는 식의 평을 책에 담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자서전이나 인물전을 본다면 제품을 거의 신격화하여 적어 놓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순수하게 '렌조 로소' 라는 사람의 생애와 가치관에 대해서 적어 놓았습니다. 읽고 나면 '디젤 이라는 회사는 도대체 어떤 걸 만드는 거지?' 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할 이야기를 거의 적어놓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보가 되라' 라는 문구를 이해시키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디젤 회사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실제 렌조 로소는 절대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하라' 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시장조사를 하는 편도 아니고 말이지요. 게이 잡지와 같은 '구매자가 있을 법한' 잡지에 광고를 내고는 합니다. 그리고 정말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광고를 하곤 하지요. 하지만 다른 광고들과는 차별을 둔 '제품 중점' 이 아닌 '감성 중점' 을 잘 표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CEO 스스로도 충동적인 기질이 많아 따분하고 고정적인 것을 싫어하여, 기존의 광고에서 보지 못한 여러 가지 내용들을 선보이곤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의 CEO라면 별칭이 붙곤 하였습니다. 실제로 칸 광고제에서 대상을 거머쥘 때도 어쩌면 1등을 할 것이라고 예감이나 했던 것 처럼 이벤트를 벌이곤 하였습니다.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겠지요.

 

최근 청바지를 하나 구매를 하려고 하였는데, 브랜드는 해당 회사의 브랜드를 선택하려고 합니다. 이런 CEO가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이탈리아의 입장으로서는 굉장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지 디자인이 뛰어난 나라가 아니라 이렇게 창의적인 사람들이 그런 옷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단순화된 디자인이 아닌 여러 브랜드의 각각 개성있는 형태의 디자인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패스트 패션 바람이 부는 것일수도 있겠고, 사람들의 디자인에 대한 시선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젤의 청바지는 이 CEO의 모습만 봐도 홀딱 반할 만한 그런 매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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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