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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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잘하는가?

나는 약 3년간 회사에서 교육을 담당했었다. 매 번 새로운 신입사원들과 함께 2주간 계속 교육을 했었는데 초기에 3개월간은 정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다음 날 눈을 뜨는 게 싫었다. 누군가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굉장한 스트레스이기도 했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이유는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목소리를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상대방의 시선에 따라서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100명 이상의 사람에게 발표를 하는 것도 많이 해 본 결과 남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도록 하는 스킬 정도는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일단 내가 직접 말을 하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말하기의 정확도와 속도가 매우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연습을 자주 해서 익숙한 부분은 음의 높낮이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자신감도 있던 반면에 연습이 부족하거나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급하게 말을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연습을 더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항상 연습을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 임기응변에도 좀 대처를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남자치고는 굉장히 하이톤에 가까워서 발성을 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말하기가 더 중요해졌다.

회사에서도 매번 볼트나 조이고 하던 일이 이제는 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했던 업무의 성과를 보고하거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방이 이해를 하지 못하면 무한정 반복되는 질문에 결국 내 밑천이 드러나서 난처해지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가? 최근 회사의 회의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바라보면서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말 잘하기'이다.

 

이 책은 본격 스피치 학습 책이다.

발음 하나하나를 연습하면서 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연습을 할 수 있을지, 조금은 생소했던 복식호흡 방법 등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사람이 단순히 동일하게 말을 하더라도 얼마나 또박또박하게, 그리고 톤 앤 매너가 그렇게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책에 나온 대로 연습을 하고 아내에게 동일한 내용을 설명해 보자,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회사 그만두고 아나운서 할 생각으로 계속 연습을 하고 있냐는 말과 함께 말이다(크흑 얼굴이 안돼서 못...)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소원이 없겠다.

지금은 솔직히 돈 조금 더 버는 것보다 이런 찬사를 받는 것이 더 큰 칭찬인 듯하다. 다른 사람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무일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말을 잘해서 할 수 있는 직업도 어마어마하다. 외교관, 선생님, 아나운서 등등... 지금 나이가 좀 더 어린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스피치 연습'부터 미리 해 둔 다면 직업 선택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책을 보면서 하나씩 연습하면 조금씩 발음이 정확해지는 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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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