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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08 9화_교대근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3
2019. 9. 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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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 언급했던 교대근무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맞지 않았다. 돈을 버는 것은 눈에 보일정도로 황홀(?)했지만 새벽까지 계속 근무를 하고 거기다가 24시간 시시때떄로 연락이 오는 것 때문에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전화를 받는 내 모습을 보면서 와이프도 굉장히 불만이 많았었다. 근무도 짜증나는데 왜 자꾸 새벽에도 전화를 하는 것이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도 그 새벽에 가끔은 전화를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더라.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내가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외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어서 화를 낸 적도 많이 있던 것 같다. 당장 나에게 전화해서 뭘 해달라고 하는지 의미를 알 수 없었을 때는 정말 매몰차게 소리지르고 전화를 끊었던 적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들도 정말 답이 없어서 전화를 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어찌됐건 분명 입사할 때는 3~4년 정도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교대근무의 모습에 서서히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동일한 라인에서 계속 있다보니 사람은 적체되어 있는데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니 이 상태로 계속 유지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3~4년이 아니라 5년이 지나도 계속 교대근무를 돌아야 하는데 이대로는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사라던지 홍보팀 등에서 하는 각종 참여를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글쓰는 것과 독서를 주무기로 진행을 해 보았으나 다른 부서로 가기에는 능력도 부족했고 현 부서에서 썩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사팀 사람들과 조금 더 안면이 트인정도? 그리고 강남 서초사옥을 가끔 가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했다. 평생 가보지 못할 것 같았는데 가 봤으니 이 또한 만족스럽지 않은가?

 

아무튼 생각했던 3년이 지나가고 4년차가 되었을 때 위의 발버둥도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이르렀을 그 때에! 바로 기회가 생겼다. 분명 OFFICE에서만 가능한 업무지만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설비 Set-up 업무에 공석이 생긴 것이다. 사실 기존에 다른 인원이 하고 있다가 퇴사 진행으로 인해 공석이 생긴 부분이었는데 지원자도 없었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뭐랄까 군대문화의 특징이 항상 서열 순서대로 눈치를 보고 내 차례가 오면 자연스럽게 한다는 그런 문화가 있었는데 난 그런거 필요없었다.(아 물론 얼추 내 차례가 오긴 왔었다) 그래서 일단 무조건 지원했고 자연스럽게 업무를 받아서 교대 근무에서 탈출하는 기회가 왔다. 지금 입사를 하는 친구들은 신규라인에 가면 거의 반드시 Set-up 업무를 하게 될텐데 바꿔 말하자면 해당 업무는 향후에도 언제든 다시 해야한다는 것이다. 미리 배워두면 좋을수도 있고 신규 라인보다는 그래도 기존 라인에서 배우는 것이 차근차근 배우기는 더 좋다. 실제로 신규 라인에서 배우면 소위 '뻘짓' 만 신나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업무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되니(기본적으로 이걸 내가 왜 하는가? 는 알아야 하더라도 억울하지라도 않지...) 내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온다면 신규 라인 보다는 기존 라인으로 가서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어찌됐건 3.5년 정도를 교대근무를 하였고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교대 근무는 거의 하지 않았다. 주말에 가끔씩 Day 근무나 Swing 근무만 도와주었고 이후로는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는데 초기 1년 정도는 단순히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감동에 그저 좋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게 아니었었다. 부서에는 교대근무에서 OFFICE 근무로 내려갔다가 다시 거꾸로 교대근무로 전환한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교대 근무의 경우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해당 근무 시간에 발생된 것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더라도 다음 근무자에게 상황 설명 후 연계를 하면 이어서 업무가 진행된다. 다르게 보자면 내 업무나 아닌 '우리 업무' 라는 의미이다. 이것의 장점은 '우리' 가 다같이 잘하면 빠르게 업무를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내 업무' 가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것도 반드시 해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기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어쩌면 교대 근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도 생각을 해 본다.

 

업무 자체를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엄청나게 말이 길어지긴 하겠지만 일단 위에 적었던 현재의 신입사원 보다는 훨씬 빠르게 OFFICE 근무로 내려왔다(올라갔다고 해야 하나?) 사실 다른 회사였다면 누구나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았겠지만 (심지어 제조센터가 아닌 다른 곳이었더라도) 그런 생활을 몇 년만에 해보니 그저 즐겁고 편하기만 했다. 그런 삶이 조금 익숙해질 때쯤 서서히 업무 난이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러 유관부서와 부딪히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단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요 시점쯤 되면 퇴사율이 엄청나게 높은 설비 엔지니어 직군들도 대부분 퇴사를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버티기 시작하는 상태로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몸은 편해지기 시작했고 업무에 깊이가 조금은 생기기 시작했으며 다른 라인을 이동함에 있어서도 본인의 능력이 어느정도 발휘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좋은 면만을 보자면 그렇지만 다르게 보자면 업무 전환이 슬슬 어려워 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렇게 그 삶이 점차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 어디에선 가는 아직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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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