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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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말일까?

어머니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틀에 한 번 연락을 해도 꼭 하는 말이 있다.

"난 잘 지내고 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닐까 항상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지내다 보니 난 잘 지내고 있다. 심지어 아파서 병원에 갔었어도 결론은 '난 질내고 있다' 이다. 어쩌면 굉장히 평이하고 단순한 말인데, 책으로 읽어보니 그 평범한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 난 잘 지내고 있는데 사실은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설명하기 귀찮으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 책이라는 것과 마주하기 시작한 그 시점에 읽었던 월간지 중 '페이퍼' 라는 것이 있었다. 사실 군대 가기 전에 읽긴 했지만 너무 무미건조(?) 하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너무 평이하고 밋밋해서 잘 읽어보지 않았는데 군대 가서 읽기 시작하니 뭐든 내 마음에 와닿고 그러더라. 아마 그 떄는 백과사전을 읽어도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런 무미건조한 일상같던 내용들이 마음에 굉장히 와 닿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후에 폐간이 되긴 했지만 그 글 자체가 이상해서 폐간된건 아닐지라. 분명 글은 존재하는데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막해서 멈춤을 당한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렇게 보면 페이퍼라는 잡지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 때 그 페이퍼라는 잡지에서 '앳 코너' 라는 내용으로 정리된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읽다보니 정말 읽어봤던 내용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저자의 이름을 보고 알아차렸다. 물론 완전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옛 추억이 있어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읽었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설명해 보자면...

 

당신과 나의 거리

 

나이가 많아질수록 특별함과 새로움은 사라진다.

경험치가 알려주는 예측은

서로를 위한 거리와 경계를 만들고 수위를 조절하게 한다.

하지만 가끔 그 조절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로 인해 내 인생의 숨통이 좀 더 트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교를 가서 가장 많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사람과의 거리' 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차피 1년 동안 매일 볼 친구들이기 때문에 서먹하다가도 결국은 반에 있는 전 인원을 다 알게 되기 마련이다. 능력이 되면 학교 안에 있는 친구들을 더 많이 알 수도 있는데 대학교는 그게 안되었다. 처음이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하라고 한 것이 처음이라 너무 어색했고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던 과에 배정되기가 싫어서 몸부림 쳤지만 공부는 하기 싫었고(대학교 1학년의 본분은 술이라고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다) 결국 원하지 않는 과로 유배(?) 되게 되면서 기존에 만나던 사람과도 연락이 끊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가볍고 먼 사이였을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시점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사람과의 거리를 고민하게 되다가 회사를 가서 보니 이건 좀 더 심한 것 같다. 자주 보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은 좋았는데 가까워지기도 싫고 멀어지기도 애매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디까지가 나와 당신과의 거리이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 답을 해 줄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친한 사람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인맥을 자랑하니 말이다.

 

지금에 와서 그 때의 거리를 묻는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난 잘 지내고 있으니 신경 안써도 된다'

딱 그정도의 거리가 좋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 그정도가 아닐까?

책은 이러한 상상의 나래를 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고민하게 한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일상적인 고민들이고 나는 과거에 어땠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다시 서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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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