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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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골든타임이라는 의학 드라마가 히트친 적이 있다. 환자가 발생해서 이송되는 시간에는 이 황금같은 시간이 바로 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다른 뜻이라고하며 정상적인 단어는 '골든아워' 라고 한다. 실제로 이것에 대한 자문을 이 책의 저자인 이국종 교수에게 문의했었다고 하는데, 골든아워라고 해도 드라마 제작 쪽에서 억지로 골든타임이라는 단어가 더 입에 잘 붙는다고 하여 그렇게 정의를 내렸다고 한다. 뭐하러 자문을 구했을까? 이국종 교수는 자신이 자문을 했다고 하는데 이상한 단어를 가져다 놓고 굉장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던 이 드라마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세상이 드라마와 같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행하지 않는 다른 세계는 드라마와 같은 세상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 이러한 문제가 있어서 실제 방송에도 나와서 '골든 타임' 은 잘못되었다고 충분히 어필했다. 이러한 것을 보자면 이국종 교수의 강직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 라고 하는 것,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특히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한 성격이 이 책에서 나타나 있다. 이국종 교수도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와중에도 학습을 통해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였고 실제 중증외상 쪽이 아닌 다른 길로도 가려고 시도를 했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지, 그 때마다 당시에 있던 교수님들은 조금 더 편한 길을 가라고 하지 않았다. 사실 자신이 강하게 주장하고 움직였다면 여타 다른 교수님들과 같은 길을 걸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시밭 길을 걷게 된다. 어쩌면 운명이라고도 생각이 되지만 책을 읽다보면 굉장히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의학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어느덧 2권째의 '끝' 이라고 쓰여있는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전문 작가가 쓴 글이 아님에도 그 때의 상황이 머리에 그려지고 안타까움이 계속 발생되며 정치권과 관료의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단순히 그림 하나 없는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의 상황이 이 글보다 더 크게 힘들었기 때문이고 그로인해 더 크게 와 닿는 언어들로 인해 독자인 내가 느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하지만 정말 희안한 것은 그는 그렇게 구석으로 몰리고 또 몰려도 자신의 임무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실명이 되었음에도 수술을 감행하는 것을 본다면 천상 의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라.

 

많은 사람들이 실명이 거론된다. 거기다가 2권 부록에는 그 실명에 대한 인물 소개도 나타난다. 과연 그들은 이국종 교수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너무 힘들고 고달픈데 그의 카리스마와 더물어 그를 따라가면 왠지 모를 '의무' 를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현재는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사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가 칭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항상 격정적으로 화를 내고 했다는데, 그런 그의 카리스마에 이끌려 애플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애플을 세계 1위 회사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루 20시간 이상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자유로운 문화가 대표적인 미국에서도 굉장히 보기 드문 모습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국종 교수에게도 그런 마성의 매력이 있던 것은 아닐까?

 

이국종 교수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실 가장 힘든 것은 어쩌면 지원이 전혀없는 주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국가를 이루는 근간 중 정치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있는데 이 정치 때문에 될 것도 안되고 안될 것도 되는 경우가 많다. 아덴만 작전이후 슈퍼 스타로 떠오른 이국종 교수에게 정치란 정말 힘들고 짜증나는 하나의 적이 아니었을까? 피할 수 없는 적 말이다. 모든 것은 돈으로 대변되는데 그 돈을 쥐고 있는 국가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아니 지원을 하다가 말아버려서 그게 더 문제였던 것 같다. 이렇게 하려면 안하니만 못한 것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필요하면 지원하고 머릿 속에 지워지면 또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국종 교수는 이 책에서 그런 한국의 정치권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굉장히 완곡한 표현으로 돌려서 이야기 했지만 그가 가진 정치권의 불신은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했다.

 

그가 꿈꿨던 중증외상센터는 사실 첫 발을 내딛기만 했고 그 이후의 모습은 참담하기 이를데가 없다.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의사인 이국종 교수로서는 굉장히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다른 의사들의 의견도 있을 것이지만 이미 돈으로만 흘러 성형외과나 피부과로만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이와같은 '정상적인 의사' 는 몇이나 될까? 몸도 그렇고 앞으로 그가 꿈꾸던 중증외상센터는 완전히 자리잡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대 혹은 그 다음 대라도 해외 선진국과 같이 완성이 된다면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살려 놓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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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