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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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다르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이 소수가 아닌 다수일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소수가 되는 순간 뭔가 대단한 불편함에 사로잡힌 것 같이 느껴진다. 이것은 어찌보면 나 자신이 소극적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다수가 항상 옳다고 판단하는 생각 '차별' 이라는 것에 대해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사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어든 이유는 나의 첫째 아이 때문이다.

항상 평평한 고속도로만 질주하고 있던 내 인생에서 어찌보면 큰 장애물이 나타났는데, 첫째의 장애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는 울기도 했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런 부질없는 것이 뭐가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래나 저래나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이고 내가 언제까지나 보듬어주고 이끌어 가야할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나 동일하듯 내 자식이 남과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놀림받고 하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은

'내 아이가 그냥 평범하게 남과 비슷하게 자라줬으면...'

이라는 작은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이민까지도 고려해 볼 만큼 내 아이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내가 서두에 이야기 했듯, 그동안 차별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 반대 입장이 되자 나는 다른 사람을 차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HIV, 흔히 에이즈라고 불리는 이 병은 그냥 머리 속에서 걸린 사람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병명이기도 하다. 왠지 모르게 그냥 걸리면 더럽고 동성애를 했었을 것 같은 그런 존재이다. 특히 여러 매체에서 안 좋은 면만 부각하여 보여주는 경우가 많이 있어 머리 속에 더 그렇게 박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진실은 꽤나 건너에 있는 듯 하다.

1. 전염성이 미치도록 강한 병은 아니다. 즉 일상생활에서 걸리는 것은 거짓말이다.

2. 걸리면 죽는 그런 병도 아니다, 에이즈의 대명사인 매직존슨 정말 징하게 오래 산다, 심지어 죽지도 않는다.

3. 의외로 걸린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수도 있는데 너무 멀쩡하다.

 

저 병에 걸린 것이 자랑거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않고 그냥 다수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1960년대 우매한 국민을 선동하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니 누군가는 진실을 바라보고 그 진실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그러라고 만드는 신문/방송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즐겁지만도 항상 슬프지만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별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는 평생의 아픔이 남는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질병과 장애는 어쩌면 죄를 짓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여지고 있지만 이런 책들이 우리 사회의 생각을 바꿔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는가 싶다. 그저 즐거움으로만의 책이 아닌 정확한 사실과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 제시와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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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