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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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만에 마음에 짠하게 와 닿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비록 30대, 아니 20대가 막 끝난 사람입니다만 이미 한 집안의 가장이고 제 자식도 있기에 여기에 나오는 내용이 이제 먼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어정쩡한 위치인 40대에서는 왜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남성들에게 지위란 하나의 자존심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차장이고 친구가 부장이라면(동일한 수준의 회사라고 가정했을 때) 동등한 위치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지요. 더군다나 일반 회사원끼리가 아닌 친구는 회사 사장이고 나는 단순 노동자라고 한다면 정말 만나기 조차 싫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20대 때야 '돈 많은 친구가 더 많이 사주면 그게 고마울 따름'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나이가 들고 체면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예전과 같은 그런 사이가 되지 못합니다. 자기 삶이 바쁘고 힘들어진다면 그건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되겠지요.

 

가정에서도 점차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40대가 되서도 '나는 아내와 늘 신혼처럼 지낸다'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20대 때 불타오르는 욕망은 이내 사그러들고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한다는 핑계로 밖을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내도 그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나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자식 걱정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어느덧 남편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남자는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의 생활이 너무 바쁘고 바꾸기에는 너무 멀리왔다는 생각에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리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이 시기에 참지 못하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IMF 이전에는 회사라는 곳은 회사가 망하거나 내가 제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평생직장이었습니다. 사실 사원 수를 늘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들이 태반이었던 지라 취직 걱정도 크게 없었지요.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감원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이제 한국도 더이상 '평생직장' 이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공무원이 평생직장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앞으로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못하면 도태되는 게 정상이니까요) 이미 부장까지는 올라왔으나 더 이상 임원으로의 승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소위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의 구박' 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결국은 제발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 시기까지 남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화를 참다 못해 화병이 나거나 스트레스에 못 이겨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왜 그렇게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저 역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40대의 계절이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나는 언제나 나의 아내와 내 가족을 사랑하고 풍족한 삶을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살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생각보다 생활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아버지라는 역활이 크게 변화가 없는 것처럼 저의 역활도 그것을 따라가리라 생각은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버지가 아닌 평범한 한 명의 사람으로 가족들과 대면하고 싶습니다. 그들도 고민이 있는 것처럼 저역시 똑같은 사람이기에 고민이 있는 것이며 나 혼자 꾹 참고 있는 것보다는 같이 공유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40대 분들은 정말 한 번 읽어보세요. 나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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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