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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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늘 회사를 그만 두면 난 무엇을 할까?

그냥 쉬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뭔가 먹고살아야 하긴 하니까 그리고 인생이 너무 심심하기도 하니까 뭔가 하기는 할 텐데 작년까지 해 보던 완제품을 판매하는 빵집조차도 별로 신경 쓸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힘든 부분이 좀 많았다. 그리고 시간을 온통 그곳에 쏟아야 하니까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좀 있었는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서점은 어떨까? 책 자체는 조금 무거울 수 있지만 한 번 배치해 놓으면 굳이 바꾸지만 않으면 엄청나게 무겁게 이동할 일도 없을 것 같고 어느 정도 장사만 뒷받침이 된다면 영업을 할 부분이 크게 없을 것 같으니 편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책방은 그리 추천할만한 직종은 아닌 듯하다. 일단 한국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를 않는다. 그리고 대 기업화된 서점들 속에서 살아남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있다. 최근에 개별로 생기는 책방들은 SNS 명소로 거듭나야 좀 장사가 된다고 할까? 그나마 책을 사러 온 것이 아니고 카페에 책을 전시해 놓은 듯한 방식으로 많이 진행이 된다.

 

일본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츠타야와 같이 한국의 교보, 영풍문고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많은 집객력을 가지고 있는 문고들은 이러한 걱정을 그래도 좀 덜해도 된다. 하지만 개인 책방은 사실 월세부터 해서 책을 판매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심각하게 해봐야 한다. 나 역시 그래도 좀 편하다고 그리고 돈이 된다고 하는 '먹는 장사' 에 뛰어들어 봤지만 하루하루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자 역시도 사실 '무식하게 용감' 했으니까 시작을 했지 상황을 전부 알았으면 과연 시작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이런 시작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한다는 MZ세대의 마인드라고 할까? 참고로 저자는 40대다 ㅋㅋ

 

고양이와 함께 책방을 꾸려가 본다.

흔히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반려 동물이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것 같다. 저자가 남자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고양이를 터줏대감으로 하여 책방을 꾸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책의 말미에는 고양이 중 하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구도 있는 것을 본다면 단순한 반려 동물이 아니라 책방을 같이 운영하는 하나의 파트너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 본다. 괜시리 고양이도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되는데 그만큼 고양이는 이 책방에서 오래 살면서 하나의 직원으로 상주했다고 보인다. 

 

그래도 판매는 판매, 책을 팔 때는 느낌이 묘하다.

헌책방을 시작하면서 분명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집에 있는 책을 다수 가져오고 그간은 절대 읽지 않았거나 이미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난 책들을 팔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운영을 해 보면 분명 절대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 있었을텐데 그 책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특히 전집)이 한 번에 팔렸을 때는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일단 팔렸으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이 책방을 지키고 있던 하나의 수문장이 빠져나간 느낌이라고 할까? 동네 할아버지가 그건 절대 팔리지 않을 것 같았던 책을 전집으로 사가면서 저자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 역시 빵가게 운영을 할 때 절대 안 팔릴 것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팔렸을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었다. 그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책방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굉장히 오래 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름도 벌레 문고라고 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지만 기억에는 확실하게 남는 이름이긴 하다. 알게 모르게 단골도 많이 생겼을 것이고 20여 년 전에 생각했던 마음가짐이 이제는 좀 바뀌었을 것 같기도 했는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그 매력에 쏙 빠졌다는 의미인데 나도 왠지 책을 너무 사랑해서 이런 서점을 갖는 것이 하나의 버킷리스트이긴 하다. 물론 저자처럼은 못하겠지만 꿈을 꿔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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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