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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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건방져진....응?)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분명 대졸 사원을 뽑을 때 '설비/공정 엔지니어'라는 별칭을 주었다. 그래서 왔는데 실제로 보니 엔지니어 직군은 공정만이다. 설비 직군의 이름은 일반 마케팅/인사/영업 등과 같은 일반 직군 명칭이다. 이유가 뭘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의아하면서도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뭐 그거야 회사 맘이니 내가 가서 '왜 그래요?' 라고 물어봤자 답을 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엔지니어라고 뽑아놓고 실제로 하는 업무는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진짜다.

 

예전 군대에서 상병 때 들어온 후임이 하나 있었다. 이 후임은 카이스트를 다니다 왔는데 개인적으로 학벌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인정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sky 대학 나온 친구들이 뭘 해도 더 잘하긴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도 인정을 해 주고 그런가보다(뭐, 조국 딸은 예외로 치자) 그런데 이 친구에게 항상 걸레를 빨아오라고 시키면 걸리는 시간이 가지각색이었다. 성격이 급하긴 하지만 군대에서는 정말 느긋하고 여유롭다고 소문난 나 인지라 그 행동을 유심히 쳐다 봤는데 나중에 알게된 사람을 걸레를 가로로 접어서도 해보고 세로로 접어서도 해보고 가는 루트를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갈 수 있나 기웃기웃 거리기도 하고.. 뭐 나쁜 마음으로 보자면 거의 관심 사병 수준의 일을 하고 있더라. 그런데 그 친구랑 근무를 설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군대가 왜 힘든지 아십니까?"

힘들다. 힘든데 왜 힘든지 고민을 안해봤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매번 똑같은 일 똑같은 생각만 하니까 뭘 해도 힘든 겁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순 있다. 그런데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루틴한 업무라고 하면 힘들다라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런데 어차피 군대야 2년만 버티면 되지만(물론 더 했다....ㅠ) 회사에 와서 2~3년 Shift 근무를 서면서 든 생각이 딱 이거였다.

 

우리는 엔지니어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망가지면 교체, 안되어도 교체, 문제 있어도 교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고 단순 교체공이라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가 점차 활황이 되면서 회사에 돈이 남아 도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무조건 새 것을 구매해와서 교체만 한다. 솔직히 이제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후배들한테도 미안함을 느낀다. 내가 업무 지시를 하는 것에 99.9%는 엔지니어라는 명칭과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문제를 파악하고 망가진 것을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설명서만 있으면(이 곳에서는 다른 명칭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그래, 그래서 나쁘게 보자면 그전까지 고졸 사원으로도 충분히 돌아갔다. 그래서 그 분들이 고위 직급에 앉아서 동일한 업무를 또 지시한다. 대졸이라고 다를게 무엇일까? 어차피 그 일 똑같이 시키면 답이 똑같이 나오는데 마치 우리는 항상 1+1=2라는 것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그 답에 맞는 행동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 발자국 뒤의 부서로 파견을 와서 신입사원을 대하다 보니 나 때랑 똑같다. 그들 역시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대부분 마음 속에 '퇴사' 라는 준비를 하고 있고 그것이 귀찮은 친구는 이 생활에 젖어들고 있고...

 

결국 이런 엔지니어링 활동은 모두 업체 엔지니어한테 등 떠밀듯 주고 있다. 이제는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내가 협력사 사장이라면 삼성의 설비 엔지니어는 절대 뽑지 않는다.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단순 교체는 1~2년만 가르쳐도 충분하다. 이것은 비단 개개인의 멍청해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능동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질 뿐더러 이 직군의 미래도 어둡다는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소위 회사뒷다마 까는 앱으로 유명한 블라인드에서도 'F직군은 먼저 탈출하는 것이 지능순' 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슬프지만 10년 이상 지나고 보는 해당 직군의 모습은 사실이다(뭐 이렇게 적으면 회사에서 날 죽일려고 연락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설마..ㅋㅋ) 이렇게 비난을 하는 것은 어쩌면 그 직군이 좀 더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의미는 아닐까? 점점 미세화가 되면서 불량에 대한 부분에서도 해결 방안이 다르게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구 사원이나 신입 사원이나 똑같이 머리가 굳고 있다. 이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생산에 치중된 업을 바꿔야 한다. 아니면 자유롭게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던지 말이다. 모두 돈 때문에 문제라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분명 지금 설비 엔지니어라는 직군은 점점 침몰되고 있다. 언젠가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런 직군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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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17. 1. 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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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도 그날을 잊을수가 없긴하다. 내가 지원한 회사 중 유일하게 제대로 붙은 대기업이니 말이다. 사실 기대를 안했는데 합격을 했던 것이 오히려 더 큰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생쑈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제일 좋아하셨던 분은 누구보다 부모님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상대적으로 계속 회사원이셨던 아버지는 그닥 회사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않았지만(그래도 돈은 벌겠구나.... 정도의 생각?) 어머니께서는 정말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던 것 같다. 사실 집안이 사기를 맞아 꽤나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합격이라 돌파구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000년 대 후반~ 2010년 극초반까지 합격한 사람은 알꺼다. 주먹 불끈 쥔 아저씨의 모습을(합격자) 그 당시 사용하던 PC에 캡쳐해서 넣어놓았는데 망가져서 이제는 없고(아, 아쉽다~) 지금은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혹시 어떻게 검색하면 나오는지 알면 가르쳐 주라, 사례하겠다...!) 뭐 어찌됐건, 그때는 그저 내 앞에는 꽃길만 가득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합격하고 나서 한 번 다시 보니 나의 직군이 있었다.

F직군??

근데, 내가 뭐로 지원했는지를 그때 알았다. F직군이 뭔가? Fuxx...도 아니고 말이지... 낌새가 좀 이상하긴 했는데 일단 대기업에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어딘가. 근데 당장 부모님과 여자친구 말고는 딱히 자랑할 상황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금융위기 직후 조선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흔들거려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었고 같은 과에 있는 사람 중 삼성에 들어간 사람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없더라. 내가 잘해서 된 것이 아니라 그냥 학교당 배정받은 사람 중 우연히 내가 들어간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 때는 그저 내가 잘난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의문이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분명이 비중이 가장 클 것 같은 면접에서 너무 당당하게 모른다고 했다. 지금이야 좀 튀는 사람도 뽑는다는 분위기이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분위기도 그리 안좋았던게 면접관들이 엄청 답답해 했다는 느낌이 쫘~악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뒷통수가 그리 따가울 줄 몰랐다만, 뭔가 실수를 해서 붙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용담으로 전해주기도 하지만 입사하고 2년 동안은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못했던 사실이다.

 

어찌됐건 5월에 발표는 났고 7월 7일까지는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평생 먹어도 모자를 술을 먹었던 기억만 있긴 하다만, 적어도 어딜가서 위축되고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고 인생에 있어서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가기 전, 수능 끝나고 대학교 가기 전과 비교할 정도의 즐거움이 있었던 시기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련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정도 나이가 되었으면 그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정말 멀리 한 번 나가보던가, 아니면 회사라는 곳에 발목잡히면 절대 하지 못한 것들을 했었어야 했다(이건 나중에 따로 한 번 글을 써봐야 겠다)

 

이제 운명의 7월 7일(???) 입사 첫 날이다.

특별할 게 없는 하루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정말 재미있었던 시간, 그 때로 돌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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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