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나이가 마흔이 되면서 갑자기 미래에 대한 부분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회사라는 곳에서 어쩌면 반환점을 돌기 시작한 시점인데, 이제는 열심히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직 절반 넘게 남은 것 같지만 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은퇴는 더 먼저 올 수도 있다. 심지어 내 주변에서는 이미 은퇴를 하고 다음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돈이 많아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에 의해서 은퇴를 강제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막상 은퇴를 하게 되면...
은퇴를 하고 나면 그동안 가지 못했던 여행을 가보겠다라던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하겠다와 같이 취미생활에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원래도 안했는데 과연 은퇴를 하면 할 수 있을까? 돈도 써 본 사람이 써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그만큼 원래 해보지 않았던 것을 막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막상 은퇴를 하게 되면 제대로 된 여행이나 운동을 하기가 힘들다.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아예 선택지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돈이 있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뭐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평생 내 편일 것 같았던 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내 배우자와 충분한 시간을 공유했는가?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 상은 사실 은퇴 이후에는 정말 '쓸모없는 존재' 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남아도는 시간에 배우자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밥을 달라고 하게 되면 처음에야 측은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겠지만 계속 반복이 되면 그 또한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막상 그동안 삶에서 뭔가 혼자 사 먹거나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거기다가 각종 기기들은 왜 그리 어려운지?)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뭔가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또 한편으로 가시방석의 느낌이 된다. TV만이 내 편 같지만 사실 이제 TV로 뭔가 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저 외로워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의 삶에서 그저 '쉬어야지' 라는 생각만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간은 정말 많이 남는다. 그런데 그 시간을 전부 기존과 동일하게 사용을 해 버린다면 주변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수록 집 안에서는 가정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밖으로 나가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관계를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대인관계가 본인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이제는 조금씩 버려야 할 시간.
난 은퇴라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동안 계속 쌓아오고 유지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조금씩 나에게서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이 든다. 사람이 고민이 많을수록 잠도 자기 어렵고, 힘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민들은 막상 애초에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씩 버려야 하고, 버리는 만큼 새로운 것으로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이 된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난 나이가 들어서 못해'라는 것을 이해해 주는 세상이 아니다. 세상이 움직이는 만큼 난 적어도 80% 이상은 따라가야 하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다고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거짓말이라고.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내서 은퇴 이후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보자.
'생활 속의 독서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 일지도 몰라 (0) | 2024.07.05 |
---|---|
퇴사 후 무엇을 할까? (0) | 2024.06.24 |
고장 난 세계의 나날 (0) | 2024.05.11 |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2) | 2024.03.26 |
퇴사 후 비로소 나를 찾았다 (1) | 2024.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