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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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이다. 그런데 사장도 해 봤다.

직원의 눈으로 회사를 바라보면 항상 모순 덩어리로 보인다. 도대체 이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는 회사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 하나 없어도 너무나 멀쩡하게 회사가 돌아가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느낌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회사의 장점이라고 생각을 한다(물론 너무 작은 회사는 한 명만 없어도 확 티가 나긴 하지만 내가 작은 회사를 다녀보지 않아서 그것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면서 막상 사장을 해 보니까 내가 사원이었을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직원들이 내 맘같이 않은지도 의아했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잘 지켜지지 않아서 당황한 적이 많이 있었다. 나만 이런가? 싶었는데 내가 두 개를 다 해 보니까 너무 극명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았다.

 

사장은 사실 항상 고민이 많은 존재이다.

월급쟁이 사장은 좀 나은 편이다. 어찌되었건 결국 회사만 돌아가면 자신은 돈은 잘 받으니 말이다. 국내의 기업들에 CEO들이 왜 이렇게 다들 독불장군 식으로 의견을 정하고 하는지 생각을 해 보면 이제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내가 져야 하고 어느 누구도 사장의 마인드로 일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애초에 '고용' 되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사장의 마인드로 일을 하라고 하는가? 지금도 마치 회사가 자신의 몸과 같이 일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그런 사람은 결국 팽 당한다고. CEO가 바라는 사람은 자신의 회사를 마치 오너가 된 듯 운영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장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그런 경우가 태반이니 회사는 항상 희한하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반대로 직원이 바라는 회사 역시 극명하다.

적게 일하고 돈 많이 주고 복지 좋은 회사.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난 절대 없다고 본다. 더 많이 일하고 돈 적게 주고 복지가 없는 회사를 갈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는가? 저 3개가 동시에 충족하는 회사는 거의 없기에 저 중에 좀 더 나은 쪽으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최근 SW기업들의 월급 상승이 바로 이직을 엄청나게 활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돈을 더 많이 준다는데 과연 마다할 노동자가 있는가? 당연히 없다. 그런 와중에 그저 난 기존의 회사가 편하고 좋아서 다닌다고 한다면 사실 그런 사람은 그 회사에서도 그리 쓸모 있는 사람은 아닐 거 같다. 그러니까 다른 곳을 못 갔겠지?

 

서로의 신뢰가 필요하다. 

일단 바라보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그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과거 한국식 '가족같은 기업' 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다른 의미로 존재를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가... 족같은?) 사원도 마찬가지이다. 사장의 마인드로 일하는 직원은 당연히 없다. 그리고 그들은 어쩌면 사장보다는 멘털에 매우 약한 사람들이 많다. 이직을 하던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데 창업주의 경우 뒤를 보지 않고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강성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들을 보면 대부분 규모가 커지는데 그에 발맞춘 복지가 자꾸 후행으로 진행이 돼서 그런 경우가 있는데 가끔은 쇼맨십으로라도 다른 회사보다 먼저 혁신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이다. 애초에 해줄 생각이 없다고 생각을 하면 과연 신뢰가 쌓일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도 저자가 노무사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결국 최고의 복지는 돈이고 그것에 대해서 적어도 다른 회사 이상의 상승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전반적으로 불만이 많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CEO가 연봉을 스스로 줄여도 회사는 신나게 돌아간다.

미국의 댄 프라이스라는 그래비티페이먼츠라는 회사의 CEO는 직원의 최저 연봉을 엄청나게 상승시키고 자신의 연봉은 엄청나게 깎아서 세간에 화제를 낳게 되었다. 전형적인 실패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줄 알았으나 오히려 회사는 더 번창하고 CEO와의 사이는 점점 돈독해지고 있다고 한다. 경영자가 직원들의 마음을 안다고 할까? 이런 회사가 모든 회사의 롤모델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활발해지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도 과거 노동조합이 없을 정도로 업무에만 집중을 할 수 있는 각종 혜택과 연봉이 존재했으나 이제는 노동조합이 4개나 생길 정도로 안부터 곯아 터지고 있다. 회사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기계로 보게 될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가는 회사의 평이나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100% 만족하고 다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겠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는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한국의 회사들에 큰 고민거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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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