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인사권자가 아니지만 가끔 인사 시즌이 되었을 때 간부들을 소집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내가 있는 부서는 단체로 성과가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개별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좀 애매하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공장인데 그걸 어떻게 판단을 하는가!) 그런데 내가 입사할 때도 항상 마음에 가지고 있었던 고과를 나이 순으로 준다던가 편파적으로 주는 것에 대해서 지금은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다. 특히 하위 고과라도 나올라치면 일주일 전부터 모여서 그 후배 직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몇 명에게만 의논을 하곤 한다. 장이 되어도 과거와는 다르게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고과를 주는 사람이 난처해하는 상황. 바로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말 많이 바꿔 놓았다.
재택 근무가 가능해진 곳이 많아졌다. 나야 해당 사항이 없지만 코로나 때문에 연차나 혹은 강제 이재 차단 휴가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발생이 된다. 당장 눈 앞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아야 평가를 하거나 성과를 논할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 뭔가를 지시하려고 해도 상사의 눈빛만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부하직원들이 이제는 메신저 상으로만 하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기다가 유연근무제다, 52시간 근무제다 하면서 점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라테는 말이야~' 상황이 너무나 생각이 나는데 이걸 안된다고 하면 직원들이 뛰쳐나가는 상황까지 오니 정말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팀장으로서는 뭔가 꼬이고 하더라도 그저 부하직원들 탓만 할 뿐 본인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난 이렇게 배웠는데!
사실 책의 제목과 같이 혁명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하게 되면 팀장 자리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본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본인도 과거 팀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던가? 그때 정말 기쁘고 신났는가? 아니다. 분명히 불합리 했고 그것을 바꿔보고자 했지만 결국 현실에 순응해 왔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아니다. 이직이 정말 자유롭기도 하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쳐낸다. 팀장으로서 그들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때로는 세세하고 정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과거 본인처럼 알아서 하고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그런 것은 통하지 않는다. 당장 꼰대 문화가 굉장히 강한 우리 부서만 해도 후배들이 그런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과연 그런 질문에 답하고 이해시킬 준비가 되었는가? 팀장은 이제 그런 것도 준비를 해야 한다.
업무를 날씬하게!
팀장이 하는 일은 단지 HR에만 있지 않다. 업무 다이어트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일례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직원들에게 꼭 해야 할 일 10가지를 지시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받은 다음 순서를 정해서 3개만 남겨놓은 자료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우리는 이것만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실제인지 아닌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뭔가 잡스 다 우면서도 확실하지 않은가? 우리는 비부 가업 무를 줄여야 함에도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예전에도 했었으니까라는 핑계를 대고 계속하고 있게 된다. 이럴 땐 장이 나서서 그런 것을 모두 해결해 주어야 한다. 업무를 날씬하게 할수록 부하직원들의 능률은 더 올라가고 명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의 업무도 그렇게 날씬하게 해 줘야 한다.
항상 위기라고만 한다.
이제 직원들도 안 믿는다. 맨날 위기라고 하고 보상이 없다고 투정한다. 근데 이런 투정을 다 받아줄 수는 없지만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고민해 본 적은 없는가? 팀장 정도의 직위에 올라가면 이런 것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도 있다. 무언가 바꿔야 한다면 바로 그때 바꿔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러라고 만든 자리이다. 위에 딸랑딸랑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전한 회사라면 이런 선순환에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팀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회사에서는 무조건 일만 잘하는 것보다 이런 것도 같이 챙겨서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들어오는 MZ세대들의 반격이 궁금해지며 팀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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