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판타지나 무협 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
왕년에 이런 책 안 좋아했던 사람 없을 것 같긴 한데 특히 판타지 소설의 경우 그 세계관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흥미가 많이 생기곤 했는데 이 책 역시도 시작부터 정말 강력한 배경으로 시작이 된다. 여왕이 되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특히 권력이 없는) 오브리엘은 사실 자신이 여왕이 되기 전까지 평민으로서 고통을 받고 살았던 사람 중 하나였을 뿐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조금 몰입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긴 했는데 나중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헨리크 이거 또라이 아니야?
이 책에서 본 왕자인 헨리크는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다. 죽이려고 했다가 사랑한다고 했다가 난리를 피우질 않나, 죽도록 두드려 맞아도 그저 오브리엘만 눈에 보인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증오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정선이 너무 복잡해서 그저 '미친 것'으로만 보이는 캐릭터 중에 하나이다. 그는 과연 오브리엘에게 어떤 감정으로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의 여왕이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사랑이 고픈 것일까?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그 또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상대국으로 나오는 뷴의 대사인 카스티엘은 매우 신비롭다.
대사가 굳이 적국의 여왕 곁에 붙어서 계속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서 여왕과의 사랑이 이뤄지게 되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정체를 알았을 때 한편으로는 '이루어지진 않겠네'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원래 위험할수록 더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 오브리엘은 그 짧은 사이에 강렬한 사랑을 느끼고 반대로 카스티엘 역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그들의 행복을 바라지는 않았기에 슬픈 마무리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머리 속에 굉장히 빠르게 장면이 지나간다.
어느 부분 하나 빼 놓을 곳이 없다. 이미 지나간 내용도 사실 나중을 위한 복선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읽다가 다시 거꾸로 돌아가서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봐야 하는 추리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림자 병사와 함께 마법들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뭔가 영상화가 되었거나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었다면 정말 멋진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마치 해리포터가 책에서 그냥 글자로 있을 때는 마법이 신기하지 않았지만 영화로 나오면서 그 마법 동작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