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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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기억이 있는가?

첫사랑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아련한 기분이 든다. 아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을 시기에 처음으로 가슴 떨리는 느낌을 갖게 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인생을 걸고 싶게 하는 묘한 느낌이 드는 그런 것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첫사랑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사실 막상 그 첫사랑의 기분이 지나가고 다시 만났을 때의 느낌은 의외로 너무 덤덤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들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첫사랑에 많이 목을 맨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이겠지.

 

책의 겉표지를 보면 사랑 이야기다.

심지어 책의 시작부터 아련한 사랑이야기. 섬에 남녀가 가서 갑자기 비가 오는 와중에 좋은 감정을 느끼는 그런 느낌 그런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은 왠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기억을 계속 나고 나중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처음 플롯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래서 처음 시작 때는 책에 대해서 뭔가 생각했던 기대가 없어지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플롯은 너무나 많지 않은가? 심지어 유부녀가(물론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혼의 남자를 좋아하는데 심지어 남자는 그 한 번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어쩌면 흔한 소설책 같은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아니다.

무슨 의미냐면 이 책은 분명 사랑, 거기다가 첫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각하게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MissA의 수지를 국민 여동생으로 만들어줬던 영화 '건축학개론' 을 생각해 보면 아름다웠던 첫사랑,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결코 이루어지지 못하는 그 아련함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 어쩌면 다행이었다. 뻔한 스토리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결국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와 같은 진부한 스토리를 원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스토리가 좀 신기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가슴이 왜 뛰냐고?

무서워서.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뭔가 숨을 꾹 참고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도훈과 혜선이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알아갈 때쯤, 이 인연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혜선의 남편이 왜 혜선을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는지, 그리고 도훈의 사라진 기억 한편이 왜 '없어져야' 했는지 말이다. 이 과정에서 서스펜스 장르가 들어가게 된다. '사실은' 왜 그녀가 그랬는지, 왜 그가 그렇게 했는지가 하나둘씩 퍼즐이 맞춰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소설 같지만 뭔가 하나의 사건과 같은 숨 막히는 전개 과정이다.

 

그들은 결국 행복해졌겠지.

개인적으로 권선징악 적의 결말을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세상은 권선징악이라는 형태의 결말이 거의 나질 않기 때문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것을 글자로 표현해 주는 역할이 아닐까? 옛 첫사랑을 다시 만났고 그 어긋난 인연을 맞추는 과정에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긴박하게 진행이 되면서 사실 책 중후반부에는 지루한 감이 전혀 없던 책인 듯하다. 저자의 자기소개에 '미술을 전공했지만 글 쓰는 일이 즐거워 소설을 쓴다'라는 내용을 보면서 뭔가 '전직' 하길 정말 잘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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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