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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07 6화_현실은... 뭐 그랬다.
  2. 2017.01.31 5화_입사 후 최고 행복했던 시간 1
2017. 2. 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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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P 종료 이후에도 교육이 3주 이상 있어서 상당히 느긋하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사실 입문 교육이라는 것이 미안하지만 내가 뭘하는지도 모르는데 교육을 받아봐야 뭘 얼마나 알 수 있는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 부서에 가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그냥 공구 이름이나 공구 사용법 같은 것을 배웠다고 하면 더 효율적인 학습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듯한 내용들은 사실 실제 업무에 있어서는 조금도 도움이 안되었다.

 

드디어 어딘가에 이끌려 부서에 배치되었다. 뭐 아니나 다를까 그냥 공장이다. 지금은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공장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워보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했지만 공장이 공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니 공장으로 가는 길은 솔직히 무거웠다. 특히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다 인문계 친구들이라 보험사, 카드사, 은행 등 소위 말하는 금융권의 알짜배기 회사에 입사를 했기에 더욱 부러웠다. 나도 칼같은 정장 바지를 입고 뽀대나게 서울 시내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 것을 아는 것은 부서에 배치 받은 후 부터였다.

 

정장을 입은 상태로 가자마자 들은 것은...

"내일부터 청바지 입고와."

음... 잘 생각해 보면 편한 옷 입고 다니니 좋은 것이고 정장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그냥 몸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항상 청바지에 면티 입고 다니는 것이 편해져서 정장을 입는 것조차 꺼려지긴 하지만 (죽어도 살이 쪄서 못 입고 있다는 말은 못하....(?)으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일을 하길래 옷을 편하게 입고 오라는 것인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이미 거기에 들어가면서부터 느껴지는 군대 스멜(?)은 정말 정나미가 떨어지고 비인간적인 느낌이 들었었다.

 

흔히 사수 부사수로 이루어지는 군대의 모습이 정말 그~~대로였다. 지도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과 만남이 있었고, 정말... 소위 말하는 지독한 '일벌레' 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첫 날부터 시작해서 일주일만 5시에 퇴근을 했고 나머지는 밤 10시 이후로 퇴근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시작하였다. 밤 11시에 가서 삼겹살 먹고 소주 먹고 새벽 1시에 퇴근해서 다시 6시까지 출근하는 모습,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모습이 아닌가? 사실 그 선배를 원망도 해보고 반항 아닌 반항을 해보기도 했지만 (나 안해! 이러고 그냥 자취방으로 간 적도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라인에서 서로 도울 수 있는 선후배 사이가 되긴 했다. 가끔 나랑 일할 때가 정말 그립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게 단순히 그냥 하는 말이라고 해도 듣기 좋은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이 된다. 와 보면 알겠지만 중간에 정지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게 짜증나고 힘든지도 안다. 그래서 설비는 24시간 계속 동작이 되어야 하고 그로인해 3교대라는 어쩌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끔찍한 교대 근무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게 아이러니한게 딱 8시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앞뒤 30분씩은 서로의 내용 전달을 위해서 날려먹는 시간이 기본적으로 있고 설비가 멈추거나 동작되는 설비에서 Wafer가 부서지는 문제가 생기게 되면 남아 있는 시간이 더욱 늘어난다. 뭐 대기업이기 때문에 야근 시간에 대한 교통비를 칼 같이 지급하는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남아있는 시간이 끔찍했다는 것은 와 본 사람이면 알 듯 싶기도 하다 (물론 그걸 그냥 즐기는 친구들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냥 현실은 단순노동 그 이상도 아니었다는 것이 자괴감에 빠지게 했고 무엇보다도 교대 근무는 내 몸을 무너트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항상 피곤했고 항상 몸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그냥 내가 관리를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관리하기가 어려웠던 그런 모습 그 자체였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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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17. 1. 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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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사 시에 연수 자체가 없거나 하는 회사에서는 모르겠지만 일단 연수라는 것이 있다면 항상 나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때가 제일 좋았다."

나 역시 동일하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참 재미있던 기억들이 많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회사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를 때 어쩌면 조금은 순수한 시점에서(대졸자가 뭐 순수하겠냐만은...)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일단 어느정도 연봉도 비슷한 수준이고 말이지...) 친해지기가 꽤나 쉬웠다. 같은 조에 24명이었는데 이름 외우는데 2일이 안 걸렸던 것을 본다면(개인적으로 사람 이름을 정말 외우질 못한다... 머리가 나빠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임펙트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대기업들의 연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SVP(삼성그룹 입문 교육)에 2008년에 입문했다. 지금은 기수문화를 없앤다고 기수 자체를 없애버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사람 보면 몇 기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기수문화가 충만했다. 뭐, 신입사원들 끼리는 몇 차였는지 까지 묻는 곳이었으니 향후에는 그 폐해가 없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업(안산 시내에서 카메라만 들고 영업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보험FC 아주머니께 정말 춤을 추면서 까지 해서 한 대를 팔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과 산행(M.A.T 였던 거 같은데 뭐에 약자였었는지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통칭 매스게임으로 일컫어 지는.... 명칭이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 어찌됐건 신나게 춤을 추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밤마다 12시까지 춤연습을 하고 잤는데 평생 이렇게 춤을 많이 춰 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긴 했다. 몸치였으니 시간 투자를 남보다 많이 해야하고 특히 몸이 거대하니 그거만큼 둔했다.ㅠ.ㅠ

 

당시에는 솔직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부분이 있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좋은 추억이다. 이제는 몇 남지 않은 동기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도 그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 말이지) 군대만큼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근데 뭐... 솔직히 여자들도 잘 버티고 하는지라 남자인 나로서는 육체적으로 죽도로 힘들었던 것은 아닌거 같다. 다만 잠이 많은 나에게 잠을 줄이고 뭔가를 하라고 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사실 제목에 적혀있던 입사 후 최고 행복했던 시간은 요 친구들이랑 SVP가 끝나고 서울 서대문 쪽의 레지던스를 잡고 놀았던 기억이다. 심지어 그 와중에 방팅도 하고 생일케익으로 얼굴에 문대기도 하고 다양한 게임을 했었다(불과 1박 2일동안!) 술도 정말 그렇게 진탕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다들 그렇게 마시고도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던 것을 본다면 이제 사회인이 다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 교육기간 중에 느낀 것은 바로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구나."

 "내 옆에 있는 친구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아도 적어도 나보다 뛰어난 것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더라"

라는 사실이었다.

 

겸손

사실 이 단어는 그동안 나와는 관련이 없던 것 같다. 한 번도 겸손해 지려고 노력한 적이 없고 모두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SVP 종료 이후로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세상에 너무나 많았고 그 중 하나인 나는 그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떨어지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처음에는 무시했던 친구가 3개국어 능통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뭐 지금도 겸손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지만 나 스스로 다른 사람을 볼 때 항상 장점만 보고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어쩌면 겸손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는게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어찌됐건 연수는 끝났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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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