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엔지니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7.08 16화_상대적 박탈감이 제일 문제야 8
  2. 2020.04.13 14화_뒤에서 채찍질 당하는 말의 느낌, 부품 업무 14
2020. 7. 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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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조차....

한국 사람은 내가 100만 원 벌고 옆에 사람이 200만 원 버는 것보다 내가 50만 원 벌고 옆 사람이 45만 원 버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미련한 것이냐고? 멀리 있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뭔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벌거나 혹은 내가 더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돈을 똑같이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큰 분노를 느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회사에 와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같은 부서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인데 거기다가 연봉도 똑같은데! 하는 일이 너무나 육체 노동자와 사무직과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차라리 다른 부서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일 텐데 바로 제조센터 내에 '설비 엔지니어'와 '공정 엔지니어' 간의 차이이다.

 

조직마다 다르지만 내가 있던 곳은 처음에 입사를 하면 기본적으로 공정 엔지니어도 설비에 2년 정도 근무를 하게 된다. 사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닥 쓸모없는 짓인 거 같긴 한데 누군가가 그런 의견을 냈으니 그러려니 싶긴 하다.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한 게 공정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2년을 날려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특출 나게 잘하는 거 아니면 공정 엔지니어에게는 상위고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그들 스스로도 그냥 업무를 대충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고 말 그대로 군대처럼 2년만 버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설비 입장에서도 인원만 차지하고 있고 굳이 열심히 가르쳐 봐야 넘어갈 친구에게 정을 줄 필요도 없으니 양쪽 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정 엔지니어도 설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런데 설비를 알아야 할 부분이 굳이 설비를 고치고 교대근무를 도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전혀 상관없이 그냥 머리수 채우는 정도로 돌리는 부분이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멍청이가 이런 제도를 생각해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오히려 나중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친구들이 공정으로 넘어가서 설비 때 하던 일을 하다가 공정 업무를 하게 되면 정말 몸이 이렇게 편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적으로 설비보다는 상위에 있는 부서 형태로 되어버리니 업무를 지시하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설비 쪽에 있는 선배들은 '그 친구가 설비에서 공정으로 가게 되었더니 초심을 잃었다.' 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는 설비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도 하게 된다. 설비로 다시 갈 바에는 퇴사를 하겠다는 다짐도... 어떤 수준인지 알겠나? 이만큼 설비 엔지니어의 입지는 좁고 힘들고 슬픈 것이 현실이다.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조차 한 번 경험을 하고 다시는 하기 싫다고 할 정도이니 말 다했을 것이라 보면 좋겠다(일전에 같은 부서에 인사팀에서 있다가 설비 엔지니어로 온 희한한 케이스도 있었는데 나 오고 나서 1년 뒤에 퇴사하더라...)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기존 설비 엔지니어 혹은 신입 설비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다.

 

 

이런 부분 때문에 퇴사율이 높기도 하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도 알고는 있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어 보이긴 한다. 현재 있는 지배구조(?)가 과거 선배들의 '까라면 가' 이런 상태이니 변화를 주긴 어려운 상태이고 전체적으로 현재 들어오는 친구들이 꼰대 마인드 없이 잘 커간다는 전제 하에 한 20년 가까이 지나야 변화가 찾아올 듯하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도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인력을 계속 줄여 나가는 입장이라 그냥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의 업무로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듯한데, 작년에 그래서 공정과 설비를 통합해서 운영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테스트를 하네마네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현재는 홀드 된 상태이다. 기존의 사람들이 불만이 너무 많기도 하고 설비든 공정이든 이제 20년쯤 지나신 분들은 더 이상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이 없어서 합쳐지는 변화가 싫기도 할 것 같다. 민감한 사항이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도 맞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무조건 하라면 해라고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인것 같다. 이직 준비를 아예 회사 입사 때부터 하는 친구도 있고 불만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90년대생의 모습을 보아온 결과 그들에 맞게 회사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그들의 힘이 좀 부족하고 입사를 하려는 사람이 넘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실제로 들어왔던 친구들의 퇴사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고 실제 여러 사이트에서 이 직군만은 가지 말라는 내용이 넘쳐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과연 이러한 시선과 모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존과 같은 방식이라면 향후 직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것 같은데 심각성은 인지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교육을 하는 것을 언제쯤 끝내고 시기적절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한 상황이다. 대기업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직무가 정말 맞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지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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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
2020. 4. 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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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화에서 징글징글한 SET-UP 업무를 뒤로 하고 시작했던 업무 중 하나인 부품 업무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신입사원 때 선배들을 보면서 가장 부러워 했던 업무가 바로 부품과 전산 업무이다. 일단 앉아서 하는 업무이고 교대근무 일주일 정도만 들어가도 그 업무만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사실 당시에 윗사람들 말로는 설비를 전부 알아야 이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생각을 해보면 제조 쪽에서 넘어온 여사원이 이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는 거 보면 그냥 '구라'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업무라는 것이 처음에 힘들 수는 있긴 한데 어느 정도 넉살 좋고 업체랑 조합만 잘되면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 기도 하다. 어차피 그냥 라인 내 친구한테 사진 찍어 달라고 하고 업체에게 강제시키고 계속 재촉만 하면 그만인 업무니 말이다. 업무 자체를 조금 비하한 부분이 있기도 한데, 이렇게 비하하는 이유를 자세히 적어 보겠다.

 

먼저, 부품 업무라는 것은 사실 라인 내에서 진행할 때는 부족한 부품을 보충해 줘야 하는 것이 본업이다.

그런데 부품을 하다보면 당연히 비싼 것도 있을 것이고 싼 것도 있을 것이고 자주 혹은 반대로 거의 나가지 않는 부품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것을 아무리 예측을 한다고 해도 벗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예상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직장 혹은 그룹장들은 부품이 없으면 난리 법석이다. 항상 말하는 것이 똑같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가져와라' 이런 의미이기 때문에 주변 라인이나 혹은 망가진 설비, 아예 폐기 처분된 설비에서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업무를 하면서 얻어온 부품이라니... 과연 정상일까? 안도감은 느껴지는데 답답함이 계속 밀려온다. 왜 정석적인 방법을 하지 않고 항상 이런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인 방법을 택할까? 금액 절감을 위해 Stock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방식의 창고 운영이 기본 문제인 듯 하나, 복합적인 문제(구매 쪽등...)가 있을 터이다. 그런데 아무튼 이런 업무를 하다 보면 하루하루 똥줄(?) 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로 이렇게 단순히 부품 조달(?) 업무에 목숨을 걸다보면 본인이 그냥 부품을 조달해 주는 말 그대로 시스템만 할 줄 아는 '바보'가 되기 마련이다. 사실 신입 사원에게 시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초기 2년 시점에 이것을 해버리면 소위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지 이 업무에 대한 고과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내가 본 10년간 해당 업무로 상위고과를 받은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 그냥 '거쳐가는' 업무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상위 고과가 나온 사람들의 경우 사실 해당 업무를 해서 고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진급'이라는 시점에 발맞추어 받은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어찌 보면 앉아서 할 수 있는 업무라고 하지만 가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무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다른 개선 업무나 그런 것을 할 시간도 적을뿐더러 업체 측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개선 업무의 경우 소위 직급이 상위 직급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행하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일은 더럽게 바쁜데 정말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거의 혼자 업무를 독점하다보니 새벽에 문제가 생겨도 밤에 문제가 생겨도 무진장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설비 주무 업무를 할 때만큼 전화 연락이 자주 오는 것이 있는데, 망할(?) 동료들은 위치를 적은 메일을 아무리 보내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전화를 한다. 개인적으로 심성이 살짝 고운(?) 편이라 전화를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입장이긴 했는데, 이 업무를 보통 성격이 '포악한' 사람들이 많이 맡는 이유도 알 거 같긴 했다. 좀 메일도 찾아보고 노력을 했으면 좋겠는데 본인들 업무가 너무 바쁘고 쉽고 빠르게 하려고만 하니 항상 전화질(?)이다. 뭐 물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그게 맞는 일이긴 하겠지만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 터져 나간다. 근본적인 이유는 '설비는 다운되면 안 된다'라는 답답한 생각 때문이다. 애초에 생산 자체를 100% 기준으로 자꾸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인데 3개 회사가 거의 독점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양산에만 목숨을 거는 현 상황이 제대로 된 상황인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다.

 

마치면서 사실 업무를 조금 더 깊게 파 보자면 이 업무를 통해서 업체의 신기술이나 혹은 개선된 것을 가장 빨리 알 수도 있기도 하다. 이렇게 받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할 수 있는 기회도 또한 존재하기 떄문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각 공정마다 계속 필요한 부품들에 대한 정보는 바로바로 습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혜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때문에 고통에 휩싸이는 업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설비 엔지니어로서는 반드시 거쳐가는 것이 좋은(왜 이렇게 구성이 되는지 어떤 부품을 어느 정도 Stock 하고 있는 것이 좋은지 등) 업무이긴 하나 다시 하라고 하면 그리 하고 싶지 않은 업무이기도 하다. 뭐 나름대로 길게 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그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급격히 변하는 라인에서는 정말 힘든 업무 중 하나인데,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주저리주저리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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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