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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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선진국인가?

나는 2000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갔었다. 당시에 제2외국어를 일본어를 배웠기 때문에 일본어에 대한 호기심과 그래도 어느 정도 말은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휩쓸려서 갔었는데 막상 가서는 한국어/일본어/영어가 전부 섞인 말을 하면서 속이 터지는 장면을 많이 연출하긴 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거니와 뭘 해도 비싼 물가 때문에 쉽게 무엇인가 구매를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한국보다 거의 물가가 두 배 가까이 되는 상황 때문에 익숙한 것을 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 전통 물품보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20년이 넘게 지났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정말 신기하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정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이상하게도 일본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일본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바로 기초과학의 힘과 제조업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기본적으로 탄탄하게 쌓아온 기본기가 근 30년 이상을 버텨오고 있고 지금도 노벨 과학상에서 일본인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면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방식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 하다.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 능력과 제품의 질을 생각해 보면 그들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헌데 왜 위기라고 하는가?

정치적으로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더 이상했었던 '소득주도 성장 방식' 의 경우 사실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뿐이지 이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자주 나오는 내용 중 하나인 '소득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도 늘어나지 않는다'라는 내용에서 비롯되는데 한국의 경우 결국은 소득을 늘려놓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소비도 발생된다고 볼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굳이 망했는데 억지로 붙여보자면 말이다) 일단 내수시장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 월등히 적은 한국이 현재 일본을 능가할 듯한(아직은 아니다 솔직히)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파괴적 창조'에 능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최근에는 제조업을 다시 키워보고자 하는 것이 있지만 일단 많은 인재들이 금융권에 이어서 이제는 실리콘 밸리로 모여든다. 책에서 나오는 애플 사의 연봉은 무려 한국돈 7억이 넘어가는데 4년만 일하면 일본에서 40년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차이가 난 계기는 바로 산업의 발전이 일본은 너무나 더디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일본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일본에서 새로 개발된 것들은 거의 전무하다 시 피하다. 갈라파고스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제품들만 남고 있는데 내수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이대로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괜히 3차 산업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책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일본이 저력이 있다는 의미다.

자기 자신을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성공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서 이러한 학자들의 의견이 많이 묵살되고 있지만 정치인 중 좋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면 일본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한국은 일본을 모델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모델로 삼아야 하겠고(일본의 케이스가 너무 희박한 케이스라) 일본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흡수하고 단점들은 사전에 극복할 수 있도록 이러한 책에 나온 내용도 습득이 필요하겠다. 어쩌면 이번 스태그 플레이션 이후로 나라 순위가 많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과연 한국은 어떤 결과를 나타내게 될 지 궁금하다. 항상 쫓아가는 것만 잘하던 한국은 뒤집을 수 있을까? 이 상태로 멍하니 있는 일본을 상대로 개인적으로는 좀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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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