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취향이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연인들 사이에서 이따금 나오는 말이다. 서로의 취향이 다르니 존중해 달라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지금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것이 맘에 안 든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당연히 몇십 년 이상을 다르게 산 사람들이 만나서 하나를 가지고 하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러한 취향이 몇 가지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정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정의가 내려져야 할 것인데, 이것이 계급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어렵게 취향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 학원을 다닐 때도 다양한 학원을 다닌 친구와 몇 개 다니지 않거나 아예 다녀보지 않은 친구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재능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상당하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귀족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것들도 한 번씩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저 '부유한 사람들이 하는 것들'이라고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경험은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뭔가 어불성설이다. 취향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결국 돈이라는 것에 의해서 취향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오히려 더 비싸짐으로써 하나의 취향이 계급이 되어버린 명품 시장은 우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소득은 소비를, 소비는 취향을 결정한다.
흔히 뮤지컬과 오페라, 그리고 관현악 공연 등에 대해서 우리는 비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일한 시간 대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동일 조건에서 그냥 쉬는 것과 뮤지컬을 보는 조건(돈에 대한 제약이 없이)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는 조건으로 기울 수도 있다. 취향의 차이라기 보다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의 두려움과 금전적인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소득이 커진다면 이러한 문제가 사라진다. 한 번 실패를 한다면 그냥 영원히 하지 않던지 아니면 다른 것을 보면 되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삶이 풍성해진다. 이것이 과연 단순한 의미일까? 아니면 우리의 취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요소라고 할까?
차량도 한편의 계급이 되어간다.
한국만큼 비싼 차량이 많은 나라가 없다고 하는데, 특히 한국인들의 주변 시선에 대한 느낌, 흔히 하차감이라고 일컫는 부분에 대해서 가장 큰 점수를 부여하는 사람이 많다. 캐스퍼가 알맞은 상황에서도 결코 캐스퍼가 아닌 파나메라를 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좀 극단적인 예일까?) 우리는 차량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저자 역시도 그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남들이 타지 않던 새로운 차를 선택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경차'로 남을 뿐이다. 차량이 미친 듯이 종류가 다양한 것이 아니니 결국 눈에 익으면 가격이 계급을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현대기아차가 포르셰보다 좋은 차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이 책은 취향은 돈이니 포기해라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런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우리가 취향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까지나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갈라짐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결국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덜 보고, 소비에 대한 현실성을 더하며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책을 읽었음에도 주변의 차량을 보면서 해외 차량에 대해서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좀 생각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도 다시 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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