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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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
호텔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150군데 넘는 호텔에 방문한 사람이 있다. 그는 퇴직금을 포함해 모아둔 돈을 호텔 숙박비로 탈탈 털어버렸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를 무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그는 호텔 리뷰를 통해 퍼블리 인기 콘텐츠 1위, 브런치 누적 조회수 220만 회를 달성했고, 유명 가구회사와 협업을 통해 양양과 이천에 두 스테이를 지었으며, 모듈러 호텔 브랜드 ‘아우토프’와 카페 ‘이드커피’의 대표이자 5만 명이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호텔 리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이 책의 저자인 정재형은 이제 호텔의 지원을 받으며 리뷰를 작성하고 있다. 이 성공적인 변신은 그가 몰두한 대상이 호텔이기에 가능했다. 생각해보면 호텔 숙박이란 비이성적인 소비처럼 느껴진다. 체크인을 15시, 체크아웃을 다음 날 12시라고 한다면 1박을 하는 동안 호텔에 머무르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쓰고도 하루보다 짧은 시간이 지나면 손에 남는 것이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호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호텔은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마케팅 장치를 사방팔방에 숨겨두고 압축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기획, 브랜딩, 마케팅 등 어느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호텔의 시스템에서 당장 접목할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는 공간 설계를 기획하는 사람, 비싸도 잘 팔리는 마케팅 법칙이 궁금한 사람을 위한 호텔이 어떻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지,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득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 캔에 6천 원인 호텔 콜라는 누가 먹는 것인지, 오늘날의 호텔이 수영장의 목숨을 거는 이유 등 호텔에 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분석은 롯데, 신라, 힐튼 등 전통적인 호텔 강호부터 오늘날 국내 곳곳 가장 ‘힙’한 호텔까지 사례로 등장하여 더욱 눈길을 끈다. 마케팅 전략의 최첨단을 달리는 호텔이 고객을 유혹하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은 물론, 다가오는 휴가에 어느 호텔을 갈지 정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선택지를 제안할 것이다.
저자
정재형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24.01.03

 

호텔에 미친 남자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이 사람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호텔이 다 똑같은 것 아닌가라는 고정관념이 있다가 한 번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호텔을 다니면서 이러한 글을 썼다. 심지어 호텔을 직접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고 나중에는 호텔에 들어갈 브랜드를 위해서 손수 창업까지 진행했다. 이 정도면 '호텔에 미친 남자'라고 표현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미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너무나 부럽다. 흔히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곳은 어른들의 놀이터

최근 호텔들이 과거 그저 '비싼 곳' 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인기를 얻게 된 까닭은 계속 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고급 호텔의 경우 많은 자본을 투하해서 좀 더 높거나(롯데타워호텔) 좀 더 좋은 위치(한강변) 등으로 가서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지만 그냥 도심 속의 호텔의 경우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선택을 받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로비를 바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로비 자체를 안쪽으로 하여 호텔 내부를 찬찬히 구경할 수 있게 유도를 한다던가, 5성급 호텔임에도 청바지 복장의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 변경 등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주어 '또 가고 싶다'라는 유혹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호텔은 사실 비싸다.

아무리 싼 호텔도 집에서 자는 것보다는 비쌀 것이다. 그리고 공간이 엄청나게 넓진 않다. 그럼에도 깨끗하고 편하며 최소한 '이정도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특히 하얏트나 메리어트 등 최고급 호텔을 가지고 있는 곳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퀄리티를 낮추는 방식의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그럴 거면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서 론칭을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적인 것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나 고급스러운 경험을 항상 주입시켜 줄 필요가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호텔 시장도 극과 극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싼 호텔의 인기가 커지는 신기한 효과가 발생되고 있다. 1박에 100만 원도 넘는 반얀트리의 경우 예약율이 100%를 구가하는 엄청난 곳으로 유명하며 강력한 뷰를 자랑하는 롯데타워호텔의 경우 한강뷰는 돈을 10만 원 가까이 얹어줘야 할 수 있는 효과지만 없어서 못하는 수준이다. 비싸지만 그만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호텔이 비싸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항목 중 재미났던 부분은 바로 호텔 로비를 꼭대기로 올려야 하는 이유다.

최근 호텔 중 로비가 1층이 아닌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곳이 많다. 이곳으로 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꽤나 많다. 일단 호텔의 위치가 어디더라도 요지인 경우가 많이 있는데 로비가 1층이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기 때문에 호텔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물론 책에서는 반대의 경우도 자주 나온다) 그래서 최상층으로 올리게 되면 필요한 사람만 올라오기 때문에(물론 구경꾼도 있을 거 같긴 하다!) 퀄리티 유지에도 좋고 높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광경으로 인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특히 한강변의 많은 호텔들이 로비를 최상층으로 올리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 것조차도 다 마케팅이었다니!

 

이 책은 호텔을 사랑하는 사람만 볼 책은 아니다.

호텔에서 하는 다양한 마케팅은 어쩌면 호텔 산업이 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라는 거대한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인해서 산업 자체가 흔들리는 와중, 우버의 영역 침입으로 그저 소리만 질러대고 있는 택시산업과는 다르게 스스로 변화를 주어 새로운 시장을 가져가려는 호텔 산업을 보면서 뭔가 다르구나 생각이 들긴 한다. 우리는 여기서 택시산업처럼 무너지고 있는 곳을 봐야 할까, 아니면 무너지는 와중에 새로운 곳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호텔 산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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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