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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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습은 진실한가?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흔히 일본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나의 절친 중 하나가 일본에서 약 10여 년 간을 살면서 다들 그렇게 친하게 지내긴 하면서도 서로 밥 한 번을 절대 사지 않는 신기한 문화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앞에서는 너무나 친한데 자리를 비우면 없는 사람 욕을 그렇게 많이 하고 그 사람이 돌아오고 또 다른 사람이 사라지면 그 사람 욕을 하고, 자신의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동조하는 방식의 의견 제시를 하는 등의 철저한 가면놀이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직장이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는 간호사를 예로 들자면 말이다.

 

간호천사가 아닌 간호전사

내용을 읽어보고서 책의 부제를 이렇게 잘 뽑을 수 있는지 새삼 놀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들이 그려져 있을텐데 몇 년 전부터 나오는 간호사들끼리의 '태움' 문화라던가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져서 문제가 되었다는 등의 여러 가지 부정적인 내용들. 그리고 다양한 성적 판타지 문화의 모습으로 쫙 붙은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들이 주사를 놓는다는 그러한 판타지들. 그들에게 어쩌면 백의라는 것은 그저 거적때기 정도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책에서 바라보는 그녀들의 삶은 어쩌면 그런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어렵다.

 

왜 이렇게 힘들게 될까?

사실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생명' 을 걸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사선을 걷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되고 긴장을 하게 되며 신경을 곤두서게 된다. 그것이 보호자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하게 되거나 하면 날이 설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는데 거기서 나온 잘못이 사실 10 정도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100 이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곤두선 신경 때문에 말이다. 이 업은 바로 그런 사선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들다. 참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펼쳐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업종이 매력적인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항상 모자란 직종이다. 심지어 내가 하기 싫어서 그만두고 10년이 넘어도 다시 취업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때 초기에 보면 알겠지만 의사와 더불어 간호사의 수가 모자라서 대문짝만 하게 '제발 와 주세요' 광고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한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그런 모습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기 싫을 때 언제든 나를 불러주는 직종 말이다. 난도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한 번 자격증을 따 놓으면 평생 먹고 사는 데는 문제없을만한 직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래도 아직 힘들다.

처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사실 어느 업종이나 다 고민해 봐야 할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인력의 부족이다. 특히 이 업종은 전산화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람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업종으로서 오히려 의사보다 더 AI화가 어려운 업종이다. 전체적으로 '의사의 부하 직원' 이라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간의 업에 대한 룰을 지킬 수 있는 장치도 분명 필요할 것이고 간호사들끼리도 태움이라는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 절대 없으면 안 되는 업종인데 항상 힘들다는 표현 외에 어떤 것인지 궁금한 것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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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르뎅